우상욱 해병중령 국방부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야 아들이 국립묘지에서 전우들과 편히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재조사 결과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우리가 들은 말이다. 고인은 39년 만에 일반사망에서 순직으로 결정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국방부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고인이 된 분들 가운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억울함이 남아 있는 이들을 돌아보는 임무를 맡고 있다. 고인의 유가족이 제기한 민원사건을 재조사해 유가족의 한(恨)을 풀어 주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부대는 1999년 2월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 내 의문사처리과로 첫발을 내디뎠고 2006년 2월 국방부조사본부 내 사망사고민원조사단으로 통합 편성됐다. 이후 2014년 1월 전사망민원조사단으로 개편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6년 이후 약 1000건의 사망사고 재조사를 통해 고인들의 잃었던 명예를 돌려줬다.
사망사건 재조사의 길은 녹록지 않다. 오래전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어두운 동굴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우리의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이 없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2000년 이후 사건은 자료가 전산화돼 있지만 1950~90년대 사건은 전산화된 자료를 찾기 어렵다. 조사관들이 일일이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관련 부서를 찾아가 창고에 보관된 과거 기록물을 확인해야 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옷에는 먼지가 가득해진다. 긴 세월만큼 옷에 붙는 먼지의 양도 비례해 늘어난다.
자료를 확보했다고 끝이 아니다. 고인이 사건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다 보면 연평균 약 6만7000㎞를 이동한다. 지구를 한 바퀴 반 이상 도는 거리다.
고인의 동료들과 약속을 하고 만나는 일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우리에게는 절실함이지만 그분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어떠한 진실규명도 할 수 없다는 자세로 설득하고 또 설득해 당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사람의 동료들을 만나 과거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 몸은 천근만근이 된다. 그러나 유가족을 생각하면 몸과 마음의 힘듦을 꺼내는 것도 부끄럽다.
오늘까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 가운데 아직 제대로 된 진실규명과 명예를 찾지 못하신 분이 3만7000명에 달한다. 우리는 접수된 민원을 따라 유가족의 한을 풀고 고인의 명예회복이 되는 순간까지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보여 주기 위한 전사망민원조사단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국방일보 오피니언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