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만 병장 해병대6여단 포병대대 관측중대
나는 한국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과 대만 국적을 모두 가진 복수국적자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부모님과 함께 대만을 비롯한 해외에서 생활했고, 현재는 해병대 병1263기로 입대해 서해 최북단 백령도 수호에 일조하고 있다.
나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말에 이끌려 해병대를 선택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입대를 앞둔 다문화가정 또는 해병대 지원을 앞둔 미래 장병들에게 자랑스러운 나의 해병대 생활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해병대에 지원해 처음 접하는 한국 문화가 너무 낯설고 어색했다. 서툰 한국어 탓에 교관님들이 하는 말을 때로는 잘 이해하지 못했고, 동기들과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기 싫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도 숨겼다.
하지만 중대 전입 이후 간부님과 선·후임들의 배려로 점차 한국 문화에 적응해 나갔다. 부족했던 한국어도 중대원들의 관심과 가르침 덕분에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러한 주변의 도움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은 부끄러움이 아닌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모든 게 서툰 나였지만 전우들은 나를 3개국어를 사용하고 타국 문화를 체득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자연스럽게 나는 다른 나라 문화와 언어를 소개하면서 연합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장병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일깨워 주는 안내자 역할을 했다.
가끔 중대 선·후임들이 “군에 입대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내게 주어진 직책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감을, 중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절과 인성을, 때론 나보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배웠다. 더 나아가 나의 말과 행동을 보고 영향을 받는 후임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법도 배웠다. 해병대에서 보낸 1년 6개월은 진짜 어른이 돼 가는 기초 보행법을 알려 준, 인생에서 가장 명예롭고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해외에서 생활했을 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나를 좋게 봐주시고, 더 신경 써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잘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신경 써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역 후 독일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해병대에서 보여 준 따뜻한 배려와 지혜를 바탕으로 영향력 있는 엔지니어가 돼 미래에는 내가 대한민국을 빛나게 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국방일부 병영의창 2022. 04.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