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원사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
전우애는 사전적 의미로 ‘전우로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우리 해병대의 뜨거운 전우애는 내 사랑하는 가족을 살렸다.
지난 2월, 나는 평소 복통을 호소하던 아내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 대장암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나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아내를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진료를 예약했고, MRI 촬영, 내시경 및 혈액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아내는 ‘직장암 4기 간 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 또한 빠른 치료를 원했기에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다.
서명 후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함께했던 지난 25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모자란 나에게 시집오던 젊은 날의 아내 모습이 생각났다. 호강시켜주겠다고 데려와 갖은 고생은 다 시키고, 병까지 얻게 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가 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헌신적으로 보살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나는 수술을 앞두고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본의 아니게 양성 판정이 나왔다. 보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속상했다. 곁에서 아내를 응원해야 하는데, 코로나에 걸린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결국 나와 함께 2사단에 근무하는 딸(이주화 하사)이 대신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다. 다행히 지휘관께서 흔쾌히 간호를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아내는 딸의 응원과 보살핌을 받으며 수술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헌혈증 수백 장이 도착했다. 수술 간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사단 주임원사에게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사단 장병들이 542장의 헌혈증을 자발적으로 기부해준 것이다. 특히 내가 속한 상륙장갑차대대는 121장의 헌혈증을 기부해줬다.
이처럼 해병대 장병들의 눈물겨운 도움 덕분에 아내는 수술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고, 현재는 간으로 전이된 작은 암들을 치료하기 위해 항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나와 아내는 전우들이 보내준 응원과 전우애로 이겨내고 있다.
우리는 각자 태어난 날도, 계급도 다르다. 하지만 ‘빨간명찰’을 가슴에 달고 해병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는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 전우들은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가족에게 자신의 헌혈증을 기꺼이 나눴다. 뜨거운 전우애를 보여준 장병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나 또한 내 곁에 어려운 상황이 놓인 전우가 있다면 아낌없이 전우애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국방일보 병영의 창 202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