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윤 중령 해병대 연평부대 작전과장
대한민국 해병대는 어느 군대와도 비견할 수 없는 특유의 생명력을 가진 군대다. 과거 해병대가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전장에서 솟구치는 전투의지, 강인한 인내심, 불굴의 투지로 숭고한 업적과 빛나는 전통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에 대한 명예심을 종교와 같이 숭배하는 신앙적 해병대 정신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해병대는 1949년 4월 15일 조국 광복 격동기에 신현준 초대사령관을 비롯한 380명의 선각자에 의해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창설됐다. 1년 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는 진동리지구전투와 통영상륙작전에서 연전연승함으로써 ‘귀신 잡는 해병대’로 극찬을 받았다. 인천상륙작전을 거쳐 도솔산전투에서 용전분투해 ‘무적해병’의 전통을 수립했다. 1965년부터 6년여 동안은 베트남전쟁에 파병돼 짜빈동전투 등 수많은 전투에서 해병대의 용기와 명예를 세계에 떨치며 ‘신화를 남긴 해병대’라는 전통을 만들었다.
오늘날 해병대는 서북도서에서 김포반도·포항·제주에 이르기까지 전략도서와 수도권 서측방을 방위하고, 유사시 상륙작전을 준비하는 ‘호국충성 해병대’로 성장해 국민에게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군의 존재 논리의 기본이 되는 한반도 안보정세는 너무도 많이, 그리고 빠르게 변화해 해병대 역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해병대의 미래 역할은 상시 준비된 ‘국가전략기동부대’ 임무를 수행함은 물론 한반도 및 전략도서와 한국의 사활적 이익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최소 저항선’과 ‘최소 예상선’을 따라 적의 배후로 우회 기동해 ‘최소의 전투’로 결정적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이로써 아군이 전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공세 이전 여건을 조성하거나 결정적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동시에 해병대는 평시 침투·국지도발 대비작전, 대테러작전,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조(HA/DR), 평화유지활동(PKO) 등 전쟁 외 다양한 형태의 임무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해병대가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군과 함께 군사활동 개념, 교리, 전술전기, 훈련, 무기체계 전력화, 한반도 내 상륙작전 수행능력 등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가 요구하는 ‘국가전략기동부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군이 해양력 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병대가 해군과 함께 존재의 기반을 확립하고, 해군이 강력한 해양투사 전력이 됐을 때 국가는 전략기동부대로서 해병대의 능력과 역할을 더욱 분명히 인정할 것이다.
해병대가 창설된 지 벌써 73년이 지났다. 해병대가 창설되고 조직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도 많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해병대가 창설된 날 우리가 걸어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을 깊이 고민해봄으로써 우리 조직이 더 지속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