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범 상사 해병대2사단 포병여단 본부중대
중대 행정관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대원들과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내가 3년째 활동하는 창업발명동아리였다.
때마침 매년 실시하는 ‘해병대 창업경진대회’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동아리 멤버에게 함께해 줄 것을 부탁했고, 장병들은 생산적인 군 복무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우리는 3월부터 대회가 있는 5월까지 지휘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바다 쓰레기(굴 껍데기·불가사리)를 이용한 친환경 소화 약재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미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지금의 순간들이 언젠가는,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이어지는 순간들(Connecting the dots)’이라고 표현했다. 또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당장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이어지는 순간들’을 제공할지 모른다”며 현재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이 연설문은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지치거나 어려울 때마다 다시 힘을 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나는 우리의 발표도 향후 커다란 파급력을 불러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5월 19일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회 준비 기간 장병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열정을 보며 나는 같은 목표와 꿈을 갖고 시간을 함께할 때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팀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동아리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선한 영향력이 됐다.
행정관으로서 깨달은 것도 있다. 장병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새로운 목표 달성을 함께하며 지원해주는 것이 병영문화 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신과 주변 환경에 적응하려는 ‘의지’와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할 때 그것이 옳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용기’, 사회적 자아가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내적 자아까지 좌절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창업경진대회에서 얻은 결과물이다.
특히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는 장병과 전역 이후 자신의 포부, 그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모습에서 대회를 준비한 시간이 우리들의 전환점이자 이어지는 순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군대에서의 경험 또한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되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들은 이어지는 순간들이 돼 미래 나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다. 이 순간들이 도약의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내 임무와 역할 완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장병들의 꿈이 단절되지 않도록 부대 창업발명동아리를 더욱 열심히 운영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열정적인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해병이 가득한 중대를 만들어 가리라 다짐한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