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희천 병장 해병대2사단 정보통신대대
“누구나 해병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해병이 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해병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병대는 강하고 책임감이 있는 군대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 자신은 입대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며 나름의 답을 얻었다.
해병이라면 누구나 ‘빨간명찰’을 받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순간을 겪어본 나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특히 상륙기습훈련을 받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40㎏의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운반하는 헤드캐링에선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팀원들을 보며 정신을 다잡았다. 해상 패들링(Paddling)에서 거친 물살을 만났을 때도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극복했다. 흙바닥에서 뒹굴고, 돌길을 오르며, 바다를 가르니 도전은 성취로 바뀌었다.
도전과 함께 군에서 강조되는 것이 있다. 바로 언어 습관인 ‘말’이다. 군과 사회에서 사람들 간에 종종 험한 말이 오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험한 말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씨가 되고 싹을 틔워 사고라는 열매를 맺는다. 의학적으로도 욕설은 일상 단어보다 4배 이상 강하게 기억된다고 한다. 거친 말을 해야 부대가 잘 운영된다는 생각은 과거의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는 거친 말을 하지 않을 때 임무 수행에 문제가 없고, 군 기강도 바로 세울 수 있다.
나는 자대배치 후 “주눅 들지 말아라” “처음엔 다 미숙하니 다음에 잘 해보자”라는 격려를 들었다. 이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졌고, 좋은 말을 해준 선임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
18개월이라는 군 생활은 인생 전체의 5%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인생을 발전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TV나 휴대전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우가 많다. 이런 전우들에게 나는 독서를 권한다. 나 또한 입대 전에는 독서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교육훈련단에서 읽었던 진중문고 한 권을 시작으로 입대 후 12개월 동안 30권을 읽었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나는 이 말씀이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남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아 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해병대에 지원할 때 멋있게 군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면 도전 자세를 가진 전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태도나 말, 행동을 바꾼다면 더 ‘해병답게’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전역 후에도 다른 사람에게 바뀐 자신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한 번뿐인 군 생활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바라며, 오늘도 전우들을 응원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