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련 중위 해병대1사단 2여단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7.22] 우리 소대는 4박5일간 부대 인근 산악 및 야외훈련장에서 소대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소부대 전투기술 숙달을 위한 이번 훈련은 내가 소대장 직책을 부여받고 소대 독단으로 실시한 첫 훈련이었다.
7월의 폭염과 싸우고, 전투력이 막강한 산모기와 싸우며, 소대장 역량에 대해 스스로를 향한 의심과 싸웠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든든한 소대원들을 확인하는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다.
훈련은 소부대 전투기술을 숙달하고 실제 전장 상황을 가정해 공격과 방어를 실시하는 등 실전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4박 5일 주간과 야간 구분 없이, 토요일까지 훈련을 진행했다. 전쟁이, 전투 상황이 우리의 시간과 상황을 고려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훈련은 최대한 전투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주둔지를 나서며 첫걸음을 내딛던 때부터 우리는 예상했다. “아! 이번 훈련 쉽지 않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믿으며 야간 행군을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이내 지치기 시작했고 무더위 속 땀에 찌든 몸을 부대끼며 예민해졌다.
시작부터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전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실제 전쟁이라고 생각하자! 힘내자! 해보자!” 우리는 일병부터 병장까지 응원하며 훈련을 이어갔다.
소대는 산속에서 작전을 펼쳤다. 깊은 산 어둠 속에 소대원들을 이끌고 있자니 어디선가 적이 나타날 것 같은 긴장감이 엄습했다. 병력을 지휘하고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큰 긴장감이 돼 나를 짓눌렀던 것 같았다. 주위를 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거친 숨을 작게 몰아쉬며 눈빛을 빛내는 소대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소대원들은 나름의 지식으로 전술토의를 이어가며 소대를 지킬 방법을 찾고 있었다. 주둔지에서는 철없던 녀석들이 이렇게 훈련에 진심을 쏟아내다니 고맙고 든든했다. 훈련은 계속됐고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듯 소대원들의 심리상태도 기복이 반복됐다. 짜증을 냈다 격려하다 지쳤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우리가 군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했던 4박5일이 지나갔다. 소대장으로서 얻은 게 많은 훈련이었다. 폭염과 산모기가 가장 큰 적이었다는 농담으로 훈련을 마무리했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전투에 나선다면 우리가 극복하고 이용해야 할 전장이라는 걸 말이다.
또한 이번 훈련 기간 서로를 배려하며 선·후임을 먼저 챙기던 소대원들을 보면서 적과 싸워 이기는 전투기술보다 더 큰 전투력을 단련한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었다.
이번 소대 전술훈련을 통해 내 소대와 내가 조금은 군인다운 모습을 갖추지 않았나 감히 생각해 본다. 전쟁에서 가장 기본적 단위이자 최전선에 나서는 부대가 소대 아니겠는가? 소대 독단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소대장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