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도 하사 해병대 군수단 상륙지원대대
누구나 한 번쯤은 ‘귀신 잡는 해병’ ‘빨간 명찰’ ‘팔각모’를 들어봤을 것이다. 입대 전까지 나에게 해병대 이미지는 강하지만 부드러운, 부드럽지만 강한 이미지였다. 친형과 사촌 형들 모두 해병대를 만기 전역했다. 그들은 언제나 해병대를 나왔다는 자부심 속에 살아간다. 해병대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평소 체력에 자신 있었던 나는 전우들과 동고동락하며 군 생활을 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해병대를 선택했다.
어느 날 중대 행정관님이 들어오셔서 신발과 옷 사이즈를 물었다. 부대에서 서북도서 지뢰제거작전에 투입될 인원을 선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청도 지뢰제거작전에 투입된 우리는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방호복과 지뢰 덧신을 신고 매일 산을 올랐다. 땀으로 온몸이 젖고, 매 순간 긴장을 하니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더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전역 전 휴가를 이용해 재충전을 해볼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함께 온 동기들을 두고 휴가를 나간다면 나의 몫은 고스란히 전우들이 부담해야 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전우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시작한 지뢰제거작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군 생활의 마지막 휴가를 반납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했던가. 마음을 비우고 임무에 몰입하니 지뢰제거작전 덕분에 대청도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보였고, 내 임무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
그렇게 우리는 275일의 지뢰제거작전 임무를 완수했고, 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큰 성취감이 몰려왔다. 우리는 항상 작전지를 올라가기 전 “안전제일 임무완수”라고 구호를 외친다. 마지막으로 구호를 함께 외친 그 순간을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포항에 있는 부대로 복귀한 뒤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밤잠을 설쳤다. 작전이 마무리됐고, 전역도 얼마 남지 않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면 될 텐데, 해병대원으로서 내 가능성과 열정은 아직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다음 날 중대장실을 찾아가 고민 상담을 했다. 중대장님은 임기제 부사관이 되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지뢰제거작전에 참여했던 전우 1명도 임무 완수 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우리는 2022년 8월 22일 부로 해병대 하사로 임관했다.
나는 그동안 중대장님과 행정관님, 모든 간부님들의 책임감·리더십을 직접 확인했다. 위험하고 힘든 일에 앞장서 모범을 보이고, 끈기있게 일을 해결하는 모습이 진정 멋있었다. 앞으로 새로운 해병대 생활을 시작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정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해병대 정신을 위해 신명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