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인 병장 해병대2사단 포1대대
군에 입대하면서 20년 넘게 ‘나’라는 기준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쌓아 온 사람들이 모여 ‘우리’ 또는 ‘전우’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 일상 속에서 우리는 남을 배려하고 돕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후임을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조언하고, 선임의 마음을 헤아리며 경청한다. 그렇게 사회성이 길러지고 조직 내 끈끈함이 생겨난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내가 선택한 해병대에서도 말이다. 해병대는 지원제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각오가 된 사람들이 모인다. 그러나 모두가 내 마음과 같지는 않다.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불만이 나오고, 이를 조기에 치유하지 못하면 단단한 굳은살이 박인 조직문화가 된다. 문화가 돼 버린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엄청난 희생과 고통이 따른다. 결국은 조직에 속한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신병으로 왔을 때 경직된 분위기에 압도돼 궁금한 것을 선임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궁금한 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눈치껏’ 하다 잦은 실수를 했고, 혼이 나면서 선임에 대한 반감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알지 못한 채 미움은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새로운 지휘관이 취임했다. 신임 중대장은 “말 한 마리가 이끄는 힘은 1톤이지만, 두 마리가 이끄는 힘은 19톤”이라며 함께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면담·간담회, 마음의 편지 등으로 중대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임 중대장은 그렇게 모인 의견을 종합해 갈등의 원인이 될 만한 요소를 추려 토의를 했다. 우리는 선·후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후임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봤고, 분대장을 포함한 선임들은 의견을 제시한 후임뿐만 아니라 다른 후임들의 생각과 분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고민한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입장과 의견 차이를 좁혀 갔고 ‘코뿔소 예의 가이드’를 만들었다. 가이드를 지침으로 삼으면서 갈등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렸다. 변화된 일상은 조직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로를 챙기고 아끼며 과도한 위계질서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나비효과처럼 퍼졌다. 여단·대대 주특기 평가에서 종합 1위를 했고, 상급 부대에서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서 입상했다. 모범 해병을 가장 많이 배출한 중대라는 열매도 수확했다.
어느 조직이나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 왔다고 자신한다. 지금의 우리는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싸워도 이긴다는 믿음이 있다. 서로가 차이를 좁혀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때, 그것이 바로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시작이자 승리를 향한 첫 발걸음이라고 확신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10.1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