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성 상병 해병대 연평부대
나는 대한민국 서북도서를 지키는 해병대 연평부대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 연평부대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인성 함양 프로그램의 하나로 꽃꽂이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저하지 않고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번 꽃꽂이 수업은 국방부 문화예술체험 소개 교육과 인천시 옹진군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원을 기반으로 기획됐다. 우리를 지도한 강사님은 연평도에 거주하며 ‘시화동’이라는 꽃꽂이 동아리를 운영하셨다. 강사님 덕분에 지역주민과 연평부대 장병들이 하나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전우들은 내가 꽃꽂이를 한다는 것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꽃꽂이를 해 본 경험이 없기에 꼭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전역 후 사회에서 꽃꽂이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시간과 환경의 제약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수업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당일 꽃꽂이 수업을 위해서는 인천에 있는 새벽시장에 가서 꽃을 구매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도서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이 수업은 군 복무 중 행복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았다.
기다리던 수업 날, 실제 눈앞에 놓여 있는 형형색색의 꽃을 보니 예쁘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강사님은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중에는 남성도 많다며 우리에게 용기를 주셨다. 그 조언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강사님은 테이블에 놓인 꽃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려 주시면서 기본적으로 어떤 구성으로 꾸며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예를 들어 마냥 예쁜 꽃들만 모아 두기보다는 밝은색 꽃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주변 식물이 잔잔한 색으로 받쳐 줘야 조화롭게 된다는 팁을 배웠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과는 다르게 어려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설정한 작품의 테마는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표현하고 싶었지만, 다양한 색채를 가진 꽃들로 얼굴을 표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강사님께서는 실제로 사람의 얼굴을 형상화해 유명해진 플로리스트도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이러한 응원과 지속적인 코칭 덕분에 개성 있는 스타일의 완성품을 만들 수 있었다. 꽃꽂이 수업을 하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외형으로 보이는 결과물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 과정에 있었던 노력의 흔적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수업 태도와 적극성을 인정받아 마지막 꽃꽂이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지역주민들이 만든 작품과 함께 일주일 동안 열린 전시회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한데 모인 모습을 보고 지역주민과 공감하며, 상생하는 연평부대의 모습을 확인했다. 연평도에 거주하는 민·관·군·경 모든 구성원이 조화롭게 연평도를 화(花)하게 만든 것이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기고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