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중령 해병대 연평부대
인천 연안부두에서 서해 뱃길로 110㎞, 북한과의 최근접 거리는 1.5㎞, 정전협정 이후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북한군과의 포격전이 발발했던 곳. 이곳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다.
최근 우리 포병대대는 해병대 리더십센터가 주관하는 ‘군 인성함양을 위한 힐링콘서트’에 참가했다.
참가하기 전 ‘현행작전 대비태세와 각종 과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무슨 교육인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일방향식 교육 혹은 공연이 아닐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에 등장한 70대 음악심리치료사 노문환 가수는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분의 재치있는 입담과 제스처, 중저음의 목소리로 부르는 훌륭한 노래 솜씨는 장병들의 웃음과 눈물을 끌어냈고, 우리 대대는 소속·직책·계급을 뛰어넘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강연의 핵심 주제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과 사랑’이었다. 먼저 ‘공감과 위로’ 주제에서는 각자 개개인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 오늘날 해병대 연평부대원으로서 서북도서를 사수하는 것이 수고스럽지만, 매우 자랑스럽고 숭고한 임무임을 인식하게 해줬다.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왔지만, 각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현재도 최선을 다해 군 복무하고 있음을 서로 공감해주고 인정해주는 시간이 됐다.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장병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의미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 현재 부여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그런 노력을 서로 인정해주고 공감해줌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희망과 사랑’의 주제에서는 상하 계급과 소속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프리허그를 나누었다. ‘서북도서 절대사수’ ‘완전작전 임무완수’ 소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대원 모두 힘을 모았을 때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힐링콘서트는 지금까지 군에서 경험했던 교육과 공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강사 중심이 아닌 참가자가 주인공이 된 콘서트가 됐고, 공연 과정에서 공감하는 뜨거운 눈물과 활기찬 웃음,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회복되는 것으로서 치유라고도 함’이다. 이번 힐링콘서트는 우리 모두에게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만끽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부대를 지휘함에 있어 부하들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전우들의 노력과 헌신을 공감하며 인정해줘 더욱 강화된 결집력을 기반으로 서북도서를 절대 사수할 것이다. <국방일보 오피니언 기고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