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석 중사 해병대6여단
군인의 직무수행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군사보안’이다. 군사보안은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보안에 대한 위기의식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각도로 변화하는 안보·병영 환경으로 위협의 양상과 심각성은 증대하고 있다.
이처럼 군사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지만 군 안팎에서는 심심찮게 보안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 보건대 보안의 생활화가 몸에 배지 않고, 군사보안이라 하면 어려운 존재와 과제로만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보안은 스스로 책임지며 관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고 지도해주는 보안관계관의 역할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려운 과제를 쉽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2020년부터 서북도서의 전략적 요충지인 백령도에서 보안담당관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처음 여단급에서 보안담당관 업무를 수행했던 그때의 초심과 이 과정에서 익힌 노하우를 되살려 ‘보안사고 제로화, 발로 뛰는 보안업무, 끊임없는 예방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무를 수행하며 느꼈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에 관한 훈령·지침이 여타 장병의 실생활에 가깝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보안관계관이 아닌 장병들에게 정형화된 훈령과 지침은 생소하고 딱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나는 대대급 보안업무 실무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었고, 부대 보안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보안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껴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사소한 보안 분야 하나하나까지 직접 방문해 현장지도를 했다. 지휘관께서 버릇처럼 강조하는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에 깊은 영감을 받았기에 보안업무도 실제 어려움을 겪는 장병과 함께 고민·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나는 정보병과가 아닌 전투병과 보안관계관임에도 불구하고, 보안업무를 통해 군 생활 중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정기보안감사 2년 연속 최우수부대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국방보안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는 영예도 누렸다.
현재 우리 군은 국방혁신 4.0 보안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보안업무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거창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나는 그 출발점이 기본에 있다고 확신한다. 보안은 과해서 나쁠 것이 없다. 가장 기초적인 현황과 규정에 입각한 보안업무에 힘쓴다면, 그 작은 노력이 모여 창대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