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현 중위(진) 해병대1사단 킹콩여단
‘대회’는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설렌다. 부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사단 최정예 소대 선발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 소대가 지금까지 갈고 닦아온 전투력과 팀워크를 증명할 최고의 기회라 판단했다. 바로 중대장님께 건의해 대회에 참가했다.
해병1대사단 내 모든 보병대대에서 선발된 소대로 대진표가 만들어졌다. 약 40분 동안 도시와 산악에서 진행되는 전투이기에 빠른 기동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핵심이라 판단했다.
전술토의 결과 먼저 도시지역을 10분 이내에 점령한 후, 남은 30분을 산악전투에 사용하자는 의견을 도출했다. 또 공격 시 아군 2개 분대가 빠르게 적진에 침투하면 방어하는 적은 당황할 것이고, 그때 1개 분대가 엄호사격을 해준다면 적은 머리를 내밀지도 못하고 기습공격에 전멸할 것이라는 게 소대원들의 판단이었다.
“나 믿고 들어가. 내가 엄호할게.” “경상이야? 내가 치료해줄게.” 평가장에 울려퍼지는 소대원들의 목소리 덕분이었을까. 긴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예선 첫 번째 경기 승리의 여신은 우리 손을 들어줬다. 승리 후 주둔지에서의 사후강평으로 미비한 부분을 수정했다.
몸은 지치고 피곤했을지라도 우승에 대한 소대원들의 의지는 분명했다. 그 의지 덕분이었을까. 우리 소대는 본선·준결승·결승을 차례로 격파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비결은 그간 단단하게 쌓아온 ‘단합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임관 후 소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됐다. 실무 배치 후 소대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 소대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토의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야전에서의 행동화 절차도 함께했다. 소대장 혼자 머리를 꽁꽁 싸매며 고민하는 것보다 소대원들과 함께 소대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작전 이해력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대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고, 때로는 남의 의견을 수용·소통하며 소대는 한마음이 됐다. 이에 더해 거듭된 고강도 훈련으로 우리 소대의 스타일은 점점 더 견고해졌고, 대원들도 자연스레 소대 스타일에 녹아들었다. 이처럼 꾸준히 쌓아온 단합력이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했다고 확신한다.
이번 대회는 값진 경험과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그리고 ‘모두가 다 같이 노를 젓지 않으면 보트가 파도를 뚫고 바다에 나가기 힘들다’라는 말의 참뜻을 각인했다. 우리는 각자의 노(Paddle)를 가지고, 하나의 ‘보트’를 저었다. 1사단 최정예 소대 선발 경연대회는 각자 역할의 소중함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