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호 해병대위 청해부대 38진
지난해 8월 5일 부산에서 출항한 청해부대 38진 강감찬함은 이역만리 아덴만 해역에서 대한민국 선박의 안전 항해와 해양 안보 수호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
파병 중 정보분석관을 맡아 하루도 빠짐없이 주변국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 업무를 하면서 나의 애국심과 국민의 편안한 일상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은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더 풍성해진 듯하다.
청해부대 작전지역 주변인 소말리아는 내전·테러·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교전이 끊이질 않는다. 이란은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방 세력과의 마찰 또한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지만, 인생에서 정작 정말 중요한 것들은 선택할 수 없다. 자신이 태어날 국가와 시기를 우리는 선택할 수 없지 않은가. 파병을 통해 새삼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장교 임관 전 대한민국 최동단 독도와 울릉도에서 21개월 간 군 복무를 했다. 임관 후에는 대한민국 최서단 백령도에서 22개월 간 근무했다. 이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파병생활에 자신있다고 자부했으나, 함정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힘든 함정생활이 행복으로 가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해군 장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함정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깨끗한 물과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부터 △매 끼니 균형잡힌 식사 준비 △임무 수행을 위한 함정 주변 상황 실시간 감시 및 상급 부대와 지속적 교신 △유사시 현장에 즉각 전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헬기 항시 출격 대기 △실제 교전을 전제로 한 특수전 대원들의 철저하고 혹독한 훈련 △함정에 탑재된 모든 무기가 어떤 오류도 용납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이러한 모든 직별이 배 한 척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한다는 게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해병 장교로서 육지에서만 생활했던 나는 파병 동안 해군의 헌신을 깨달았다. 파병은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산다는 감사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또 나의 애국심을 더 단단하게 했으며, 해군의 노고를 경험하게 해준 가치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파병을 허락해준 해군·해병대에 고마움을 전한다.
내 생일이 4월 28일 충무공탄신일이라 그런지 우리와 임무를 교대하는 39진이 충무공이순신함이라는 게 매우 의미있게 다가온다. 39진의 무사귀환과 안전 항해를 간절히 기원하며, 새해에도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국민이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임무를 완수하길 기대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3.01.16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