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병장 해병대2사단 백호여단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여러 차례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우리 해병대 전우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는 명확하다.
우선 어떠한 도발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전 같은 교육훈련으로 전투준비태세를 빈틈없이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많은 훈련을 받는가’보다는 ‘얼마나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말하고 싶다.
당연히 훈련은 받을수록 경험이 쌓이지만, 상세한 동작과 전술까지 집중하지 않으면 훈련은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산악기초훈련 당시 모형탑에서 헬기 레펠을 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훈련을 버틴다는 생각이 아닌 ‘내 것으로 만들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임했기 때문이다. 만약 훈련에 집중하지 않는 전우들이 많다면 적이 도발했을 때 우리의 승리와 생존 가능성은 떨어질 것이다.
연평도 포격전을 기억하는가. 우리 해병대는 적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에도 약 13분 만에 대응 사격을 가했다. 이것은 수많은 시간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 결과다. 우리는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할 때 누적된 1만이라는 시간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한다. 그러나 진지하게 임한다는 전제 조건이 없는 1만 시간의 법칙은 그저 허송세월이 될 뿐이다.
내가 복무하는 해병대2사단은 해·강안 경계근무, 주둔지 방호 등 현행작전을 수행한다. 특히 해·강안 경계근무는 여러 시스템을 운용해 도발·침투 등 각종 우발상황을 식별·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집중력이 흐려져선 안 된다. 또 ‘내가 근무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적이 도발한다’는 책임감과 각오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위병소·상황실 근무처럼 주둔지 방호 역시 중요하다. 나는 위병소를 출입하는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면서 부대의 안전이 나에게 달려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토대로 근무한다. 상황실에 근무하는 전우들은 주둔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기록한다. 모두가 자신이 있어야 할 시간과 장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적의 도발에 대응해 승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병영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동고동락하는 전우들 사이에 작은 갈등의 불꽃이 생겨났을 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개인과 부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해야 한다. 단단한 조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병영문화 혁신에도 힘써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종전이 아닌 정전국가이다. 교육훈련을 받을 시에는 항상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신속 정확한 근무 태세를 확립·유지해야한다. 또 밝고 건전한 병영문화를 통해 전우들이 일치단결한다면 반드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