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상병 해병대1사단 황룡여단
2023년 나는 상병으로 진급했다. 군 생활 중 누구나 하는 진급이지만,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대한민국에서 독도 다음으로 해를 빨리 볼 수 있는 울릉도에서 훈련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단의 핵심 가치인 ‘해병다움’에 있어 내가 부족한 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깨닫고, 그 가치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울릉도에 가게 됐다.” 지난해 12월 중대장님이 깜짝 발표를 했다. TV에서나 보던 곳에 직접 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울릉도 땅을 밟았다. 당시 전지훈련에서는 소부대 전투기술, 중대 공격작전, 도서지역 방어작전 등 기존에 했던 훈련을 반복했다.
하지만 지형도, 환경도, 심지어 기분마저도 낯설었기에 모든 행동과 생각이 새로웠다. 나를 환기하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했지만, 군인으로서 강인한 체력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흙길과 가파른 비탈길을 달리다 보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군 생활 초반부터 꾸준히 했던 운동을 그만둔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진급을 3일 앞두고 이런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대로 진급한다면 당당할 수 없겠다 생각했고, 이번 훈련을 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지난 1월 1일 새벽.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해를 만나기 위해 행군에 나섰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준비해온 상병 계급장을 바꿔 달고, 소망을 빌었다. 이날을 내 군 생활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하자고. 과거의 안일했던 일병 김용성이 아닌, 항상 나를 돌아보며 지금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상병 김용성이 되자고.
훈련이 끝난 지 이제 한 달이 돼 간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나와 올해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먼저 체력을 키우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뜀걸음을 한다. 체력단련실에서 근력운동을 하며 군인으로서 강인한 전투체력을 유지하고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또 자기계발에도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권을 목표로 책을 읽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공부도 한다. 하루하루 시간을 허투루 쓰기보다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큰 변화는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런 내 마음이 선·후임들에게 닿았는지 같이 운동하고, 자격증을 공부하는 중대원들이 많이 늘었다. 한 달의 노력과 실천은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변화시켰다. 앞으로도 이 마음과 변화를 잊지 못할 것이다.
울릉도에서 느꼈던 부끄러움은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줬다. 전역까지 남은 아홉 달, 새해의 깨달음은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 됐다. 2023년 나는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기고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