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해병소령.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선택들이 현재의 나를 만든다. 그렇기에 모든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해군본부 감항인증실에 보직이 새로 생기는데 관심 있나?” “예, 제가 가겠습니다.”
평소와 다른 신속한 선택에 내 가슴은 금세 뜨거워졌다. 그렇게 2년 전 겨울 나는 계룡대에 첫발을 내디뎠고, 해군 감항인증실로 보직된 1호 해병대 항공장교가 됐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해병대 1호 감항인증 전문가가 됐다.
감항인증은 항공기 성능·기능 등이 비행안전에 적합한지를 뜻하는 ‘감항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이를 정부기관이 인증하는 제도다. 이러한 감항인증 전문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총 5년의 관련 분야 경력이 필요하다. 나는 감항인증실 근무와 해병대 헬기조종사, 한국항공대학교 석사 수료 기간을 포함해 감항인증 전문가 자격을 얻었다. 과거의 선택과 현재의 부단한 노력이 합해진 결과다.
사실 감항인증 전문가라고 해서 따로 자격증서를 주지는 않는다.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확보 목적인 감항인증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심사위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완성된 헬기만 조종하던 내가 항공기 연구개발·구매 사업 간 감항인증 분야에서 활동하며 견문을 넓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임무를 수행하는 군용 항공기의 비행안전성 확보에 내가 연구한 결과물이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혹여 내가 허투루 감항인증 심사를 하면 역으로 안전성이 저해될 수 있어 어깨가 한없이 무겁다.
이처럼 막막할 때 꺼내어 드는 명약이 있다. 바로 ‘도전’이다. 해병대 핵심 가치 ‘충성·명예·도전’ 중 내 가슴을 가장 뜨겁게 하는 가치이며, 내 책상에 눈길이 가는 곳에 항상 붙어있는 단어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낯선 근무지, 새로운 보직, 처음 접하는 업무 등은 누구에게라도 부담을 잔뜩 안겨줄 것이다.
조직에도 예외는 없다. 해군 감항인증실은 내가 부임할 때만 해도 감항인증 주관기관 지정을 위한 도약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도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 2월 방사청으로부터 감항인증 주관기관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해군·해병대 항공기에의 주도적인 감항인증이 가능해졌다.
현재 우리 감항인증실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와 해군 소해헬기 등의 사업에서 감항인증 주관기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항로를 힘차게 항해하는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향후 내가 조종하게 될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을 도맡고 있다.
도전하는 조직, 도전하는 구성원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 좋은 결실을 본다고 믿는다. 모든 것이 새롭겠지만 지금 당장 도전해보자.<국방일보 인터넷 병영의창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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