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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미래가 시작되는 곳, 교육훈련단에서의 생활은 사회에서 지치고 무너졌던 나 자신을 누구보다 강한 사람으로 성장시켜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해병대 일원이 되고자 했던 집념 하나로 모든 훈련을 이겨 내고 수료하는 지금, 그토록 원했던 대한민국의 해병대원으로서 군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초·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내내 학생회장을 맡으며 빠른 삶보다는 바른 삶을 살아가자는 모토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지내 왔다. 하지만 성인이 돼 마주친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고, 그 속에서 공포와 무력감·소외감·두려움을 느꼈다. 처음 겪어 보는 혼란 속에서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해병대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게 됐다. 해병대 고유의 임무인 상륙작전, 그 훈련들을 묵묵히 해내며 단결력과 전우애를 발휘하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에 멋짐·경이로움이 솟아났다. 그 자리에 함께하면 몸도 마음도 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수없이 나를 괴롭히던 고민을 ‘해병대 일원이 돼야겠다’로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전투복을 입고, 팔각모를 쓰고, 정해진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생활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해병대의 역사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난해 12월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문을 열었다. 각자가 꿈꾸는 멋진 해병대원으로 성장하고자 신병 1289기라는 이름 아래 모인 청년들은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다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전투체력부터 제식훈련, 생존술, 각개전투, 산악훈련 등 모든 훈련을 함께했다.
특히 어깨를 짓누르는 완전군장의 무게를 견디고 선배 해병들의 기운과 정신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극기주 훈련의 꽃으로 불리는 천자봉 고지 정복훈련을 이겨 냈다. 그토록 원했던 ‘빨간 명찰’을 단 명예롭고 감격스러웠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내 곁에는 함께하는 동기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준 소대장님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당당하게 수료하고 싶은 바람과 열정이 어려움을 이겨 내게 했고,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 강해지기 위해 해병대를 선택했던 지금의 마음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병대에서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겠다. <국방일보 훈련병의 편지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