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수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올해 스물한살인 나는 사회에서 막내인 경우가 다수였지만, 해병대 입대 후에는 아니었다. 이곳 교육훈련단에서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많았다.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아직 어리고 미숙한 티를 벗어내지 못했다. 우리는 어른이 되는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었다.
지난 훈련을 되돌아보면 우린 7주 동안 철이 없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오와 열을 맞추지 않은 생활반에서 모이기만 하면 왁자지껄 떠들기도 했다. 동기들끼리 서로 기분이 상한다는 이유로 다툼이 일어나곤 했다. 우리는 잘못할 때마다 체력단련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훈련 주차가 거듭될수록 잘못된 부분을 고치며 군인이자 정예 해병으로 성장해 나갔다. 5주 차에 소대장님은 자신도 훈련병들에게 체력단련을 주며 혼을 내고 싶지 않다고, 혼을 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씀하셨다.
소대장님들이 지시한 체력단련은 우리가 부족하고 어려움을 겪는 만큼 잘 배웠으면 하는 응원과 격려의 마음이었다.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며 한 단계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훈육이었다.
입대하기 전의 나와 수료를 한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회에서는 혼자만 생각하는 개인주의가 강했지만, 교육훈련단에서 동기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며 공동체 생활을 배웠다. 힘든 훈련을 견뎌내며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았을 땐 동기애와 단결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솔선수범하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배려심을 체감했다. 나는 해병대에 들어와 정신적·체력적으로 건강해지고, 성장했다.
나에겐 세 분의 부모님이 계신다. 첫 번째 부모님은 나를 낳아주시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키워주신 부모님이고, 두 번째는 나의 지식과 교양을 채워주신 선생님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 부모님은 내가 해병대에 첫발을 내디딜 때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소대장님들이다.
나를 비롯한 신병 1296기는 풋풋한 청춘에 직접 해병대를 선택했고, 교육훈련단에 들어왔다. 우리는 7주의 훈련을 받으며 해병대만의 끈끈한 전우애와 단결력을 체득했다. 또 소대장님들의 지도 덕분에 극기주 훈련의 마지막인 천자봉 행군을 열외 없이 이겨냈다. 그 결과 우리는 오른쪽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달고 수료식 때 당당한 모습으로 가족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군 생활 동안 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찾아올 테지만, 교육훈련단에서 얻은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