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집을 떠나 몇 시간을 달려 오다보니 낯선 바다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포항이었다. 그리고 이곳 포항에는 소수정예가 되기 위해 해병대를 선택한 나를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있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설렘이 우리를 감쌌다. 해병 1299기의 이름 아래 모인 우리는 함께였다.
“해병대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우리는 이 문구를 지나며 부모님과 지인, 여자친구의 품을 떠나, 해병이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1주 차에는 신체검사와 함께 군대가 어떤 곳인지,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을 배웠다. 이후 2주 차에는 입소식 준비를 하는데, 마냥 어리숙했던 우리지만 전투복을 갖춰 입은 모습을 보며 비로소 군인이 되어감을 느꼈다. 3주 차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야외 훈련장으로 갈 때면 군장과 함께 행군을 했고, 해병대 임무형 훈련인 공중돌격 훈련과 해상돌격 훈련을 했다. 나는 첫 행군을 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어깨를 누르는 군장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며 나의 한계를 이겨냈다. 또한, 이함훈련을 하며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공포들을 던져낼 만큼 용기를 얻었다. 훈련을 통해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해병대라면 누구나 오른쪽 가슴에 달고있는 빨간 명찰을 얻기 위해 우리는 극기주 훈련도 이겨냈다. 새벽 비상소집을 시작으로 완전군장을 메고 행군을 시작했다. 산악기초 훈련과 각개전투, 야간 훈련을 받으며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했다. 선배 해병들이 거쳐 갔던 천자봉 고지 정복훈련까지 이겨내며 나도 해병이 됐음을 느끼게 됐다. 부대로 복귀하는 길, 위병소 앞에서 교육훈련단장님과 연대장님을 비롯한 선배 해병들이 우리를 환영해줬다. 그동안 훈련을 받으며 힘들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며 해병대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뿌듯함과 보람이 몰려왔다. 그리고 빨간 명찰 수여식, 훈련교관님이 오른쪽 가슴에 명찰을 붙여주고 수고했다고 다독여 줬을 땐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울컥 가슴에서부터 올라왔다.
이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수료식에 온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보여줄 나의 빨간 명찰은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와 해낼 수 있다는 해병정신 덕분에 달 수 있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지났을 때처럼 처음이라는 두려움이 또 나를 찾아오지만, 6주간의 훈련을 이겨낸 만큼 군 생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3.12.13 국방일보 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