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 대위(진) 해병대1사단 법무실
최근 해병대 군법무관으로서는 최초로 260차 공수기본교육에 입교했다. 누군가가 시켜서 한 입교는 아니었다. 대원들이 하는 훈련을 같이 받아 보면 법무실장으로서의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지원, 전투복 계급장과 법무병과 마크를 제거하고 3번 교육생 명찰을 부착했다.
충분히 각오한 뒤 훈련에 임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지상훈련은 녹록지 않았다. 착지훈련을 하면서 하체는 온통 멍이 들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익숙하지 않은 공수PT와 장거리 뜀걸음을 하면서 과연 수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10년 가까운 기간 책상 앞에서 두꺼운 서적, 문서들과 씨름하느라 좋아했던 운동을 비교적 멀리했기에 걱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수료에 대한 걱정은 포기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바뀌었다. 장거리 뜀걸음 후반부에 대열에서 조금 뒤처지자 뒤따르던 해병대1사단 수색대원이 본인도 힘든 상황임에도 손으로 내 허리를 밀어주며 고통을 분담해 줬다. 뜀걸음이 끝난 뒤 숨을 헐떡이며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그 대원은 “아닙니다. 전 손만 대고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해병대는 하나라는 구호 아래 자신만의 공이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스무 살 대원의 모습을 보며 힘을 내 ‘안 되면 될 때까지’의 정신으로 열외 및 낙오 없이 모든 지상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지상훈련이 끝난 후 체험한 3번의 강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도약하기 직전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힘껏 뛰어오른 뒤 낙하산에 의지해 머문 하늘은 놀랍게도 고요했다. 1000피트 상공에서 바라본 잔잔한 바다는 햇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공중에서 이동하는 낙하산의 모습은 전율과도 같은 감동을 줬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강하는 육군신속대응사단, 해군특수전전대, 공군 공정통제사와 함께했는데 안전강하 후 한목소리로 “해병 공수”를 외치며 복귀하는 모습에서 하나 된 국군의 공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해병대1사단 법무실장은 사단의 징계사건 처리, 송무사건 수행, 계약 특수조건 검토, 법령 질의 회신서 작성 등을 총괄한다. 법이란 본래 갈등 상황을 염두에 두기에 나의 업무 역시 수많은 갈등을 겪으며 진행될 수밖에 없다. 때론 심한 갈등 속에 법의 지향은 조화와 상생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기도 한다. 공수기본교육은 해병대와 법무실장으로서의 업무도 조화·상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 줬다.
악천후에도 조국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고된 훈련을 받는 우리 대원들을 기억하며 해병대 내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하고, 좀 더 대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무실장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귀신 잡는 해병대! 악!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