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홍 해병대사령부 전투모의분석센터 분석평가처장.대령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과학기술의 고도화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중 인공지능(AI), 무인체계의 발전은 전쟁 양상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이러한 군사과학기술 혁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21세기 전장에서는 기존의 재래식 무기와 각종 드론 및 무인체계, 전투지원 로봇, 위성체계·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첨단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군사력 건설 분야에서도 임무형에 기반한 모듈형 부대 편성과 사이버전 확대, 전력지원체계의 현대화 등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 육군 미래사령부는 지난 3월 국립훈련센터(NTC)에서 ‘컨버전스 캡스턴 프로젝트4’라는 대규모 전투실험을 수행했다. 육·해·공군, 해병대 및 우주군이 참여하는 미래 전투장비가 가상 전장환경에서 운용됐다. 인간과 무인체계가 하나의 전투부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해 줬다.
이같이 급변하는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전쟁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해병대사령부도 올해 1월 1일부로 ‘분석평가처’를 신설했다. ‘국방혁신 4.0’ 추진과제 중 하나인 전투실험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및 시험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분석평가처의 역할은 미래 해병대 부대구조 검증을 위한 신뢰성 있는 전투실험 시행, 전력·작계 작전효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평가 데이터 제공, 해병대 도입 고유 및 공통 무기체계에 대한 객관적인 시험평가 시행, 국방부와 연계 해병대식 M&S체계 구체화 등이다.
특히 처음 시도하는 해병대 전투실험은 육·해·공군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선두 주자인 타군의 노하우를 접목함으로써 소수정예 해병대만의 환경에 맞는 실험준비태세를 구축했다. 단기간 편조 방식의 실험부대가 아니라 미래 부대 구조를 선제적으로 적용한 정식 편성의 전투실험대대를 1월 창설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해병대 전투실험은 미래 부대구조 혁신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타당성 확인을 위해 단계별로 추진할 예정이다. 1단계(2024~2025년)에는 대대급 상륙단, 2단계(2026~2027년)에는 여단급 상륙단을 실험한다. 그 첫 단계로 5월 말부터 실시될 예정인 대대급 전투실험은 미래 전력의 성능 및 운용 효과성 확인을 위한 장비기능시험, 마일즈 장비와 대항군을 이용한 실기동시험, 해병대 M&S 체계를 활용한 워게임 전투실험을 동시병행적으로 시행해 미래 부대·전력 구조의 타당성 및 전투수행 방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시행할 예정이다.
항상 ‘새로운 시작은 곧 새로운 모험이자 기회’이듯 이번 전투실험은 시도 자체가 미래 전쟁양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경로를 설정하기 위한 하나의 과학적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해병대가 국방혁신 4.0 구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에서 승리하는 해병대로 다시 굳건히 위치하는 그날을 희망하며, 지금 이순간에도 미래를 위한 전투실험을 준비해 본다. <국방일보 국방광장 기고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