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진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나는 입대하기 전부터 6·25전쟁 동안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신생 국가 대한민국을 지켜낸 해병대에 관심이 많았다. 해병대의 숱한 전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나는 해병대라는 조직과 그들이 지닌 해병대 정신에 깊이 매료됐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외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고 빼앗긴 서울을 되찾은 것은 오직 대한민국 해병대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입대라는 인생에서의 큰 선택을 앞두고 망설임 없이 해병대 부사관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직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강한 군인이 되는 것이 나의 청춘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어진 임무는 반드시 완수하고 적에게는 쓰라린 패배만을 안겨주는 해병대 부사관이 바로 내가 생각한 ‘가장 강한 군인’이었다. 해병대 부사관이 되는 것은 내게 큰 영광이었다. 내 결심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시하거나 금방 포기할 거라며 어림짐작했으나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입대 당일 해병대교육훈련단 정문에 있던 ‘해병대는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문구를 보자 가슴이 마구 뛰었다.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설렘, 소문으로만 듣던 곳에 들어왔다는 긴장감,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몰려왔다. 각오하고 들어왔지만 기본적인 제식, 유격훈련, 각개전투, 천자봉 고지정복훈련, 분대전투, 독도법 등 다양한 훈련은 체력적·정신적으로 극기를 요구했다. 내가 원해서 온 해병대지만 주변에서 말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에 입대 전 숱하게 굳게 다짐했던 마음가짐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옆에서 함께 견뎌주는 동기들 덕에 다시금 일어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동기의 응원보다 더 큰 원동력은 없었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어색했던 군인으로서의 행동과 제식이 익숙해질 때쯤 나는 그토록 염원하던 해병대의 일원이자 자랑스러운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해병대 부사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 순간, 교육훈련단 정문 앞에 섰던 그 순간,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단 그 순간, 하사 계급장을 어깨에 단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교육훈련단에서의 훈련 기간보다 앞으로의 군 생활이 훨씬 힘들고 어렵겠지만, 지난 11주간 수없이 외친 해병의 긍지, 부사관의 책무를 되뇌며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부사관으로서 대원들과 함께 싸우면 승리할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체력, 전투기술, 전투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내 청춘이 아깝지 않도록, 다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병대의 일원임이 부끄럽지 않도록! <2024.08.17 국방일보 병영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