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로빈준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나는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다. 2개의 국적을 지닌 데 대해 ‘인생에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여겼지 ‘국가’ ‘입대’와 같이 무거운 주제를 떠올려 본 적은 없다. 이 고민은 한국으로 이사 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시작됐다. 부모님께서는 감사하게도 국적과 입영 선택권을 내게 맡겨 주셨는데, 인생의 큰 전환점 앞에서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한 사람으로서의 ‘권로빈준’을 온전히 성장시킨 것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해병대를 선택한 것은 아버지나 형이 해병대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한 해병들의 멋진 걸음걸이, 각 잡힌 팔각모, 선명한 ‘빨간명찰’, 뉴스에서 본 상륙훈련이 감동적이어서다.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했던 ‘빨간명찰’과 팔각모의 의미를 입대 후 교육훈련을 받으면서 가슴에 새기며 해병대를 선택한 결정이 옳았음을 느낀다. 훈련병으로서 느끼는 ‘해병대의 자부심’은 신병교육대에서의 매일 아침을 힘차게 출발할 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신병훈련이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점점 더 힘겨웠지만 함께 땀 흘리고 울고 웃는 ‘동기애’와 소대장님들을 향한 ‘신뢰’로 그 모든 것을 이겨 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부딪히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극기주 역시 큰 고민 없이 일단 시작했다. 해병대 극기주는 남다른 각오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 살면서 처음 겪는 스스로의 한계에 발버둥을 치기도 했다. 극기주를 이겨 내게 한 원동력은 ‘해병대’라는 세 글자였다. 수많은 선배 해병이 지나간 길을 나도 걷고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은 지쳐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극기주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수많은 교육훈련단 간부님들의 환영을 받으며 부대로 복귀해 꿈에 그리던 ‘빨간명찰’을 가슴에 달았다.
“복수국적 유지하려고 군대 갔어?” 나와 같은 복수국적자들이 흔히 듣는 질문이다. 해병대를 선택한 나의 결정이 이렇게 가볍게 해석되길 원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당연히 실천해야 할 도리와 책임을 다하고자 ‘빨간명찰’을 달았다. 수료를 앞둔 지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성장해 당당한 대한민국 해병대로 우뚝 선 스스로를 바라보며 나의 선택에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대한민국의 정의와 자유를 위해 언제나 싸워 이기는 무적해병이다. 오늘의 나로 성장시켜 준 대한민국을 내 손으로 굳건히 지킬 것이다. 해병 1308기 파이팅! 대한민국 해병대 파이팅!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4.09.11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912/1/ATCE_CTGR_0050110000/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