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상병 해병대2사단 해포여단
해병대는 인생의 도전이자 전환점이 됐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해병대는 그저 생소한 군대에 불과했다. 입대를 고민하던 무렵 언론에 보도된 해병대의 빨간명찰, 팔각모, 끈끈한 전우애와 멋에 이끌리게 됐다.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거쳐 해병대 일원이 된 뒤 2사단 포병대대에 배치됐다. 막상 실무생활을 시작하니 통신병으로서 보람도 컸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며 훈련병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때 부대에서 동계 설한지 훈련 참가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대장님 추천을 받아 훈련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휴가도 미루면서 부푼 기대를 안고 강원 평창군으로 출발했다.
훈련장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 칼바람과 낯선 긴장감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태백산맥의 강추위가 버거웠지만, 해병대 입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첫 훈련은 설상 기동훈련 이론교육이었다. 처음 보는 장비를 익히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전문교관의 지도 아래 적응해 나갔다. 설상 기동의 목적과 장비 운영법, 200m 경사로 활강 중 방향 전환·제동 등 필요한 기본기를 숙달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전우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극복했다.
훈련 마지막 날, 대망의 황병산 고지 정복훈련에 나섰다. 우리를 압도하는 1407m의 고도.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힘차게 산을 올랐다. 하지만 마치 그 의지를 꺾기라도 하듯 정복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살을 파고드는 추위와 곳곳에 쌓인 눈, 끝나지 않는 급경사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지쳐 갔다. 그럼에도 우리는 힘듦을 견디며 전우를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며 응원했다. 그렇게 고지에 올라 강원도 전체를 감싸는 태백산맥의 위용과 동해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기쁨을 나눴다.
불과 사흘이었지만 설한지 훈련에서 얻은 게 많았다. 무언가에 도전할 때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저함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했다. 해병대다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 위기에서 빛났던 전우애의 가치도 경험했다.
현재 우리 사단은 상륙작전 임무에 부합하는 주특기, 특성화 훈련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훈련은 해병대원으로서 필요한 전투의지와 강인한 체력·정신력을 기르고, 남다른 소속감·자긍심을 갖게 한다. 나아가 해병혼을 일깨우고 가슴의 빨간명찰을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다.
이러한 성장과 변화를 겪은 뒤 비로소 국가·국민이 원하는 해병대가 될 것이다. ‘믿음직스러운 강인한 해병대’, 이것이야말로 해병대에서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국방일보 2025.03.1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