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중위 해병대2사단 상승여단
해병대를 선택한 사람은 각자 사연과 의미가 있다. 나 역시 누구 못지않게 해병대와 특별하고 끈끈한 인연을 자랑한다. 그것은 바로 2대(代) 해병대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점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해병대에서 복무하며 자신의 일생을 헌신하셨다. 할아버지는 해병대 부사관 35기로 입대했다. 베트남전쟁을 비롯해 수많은 해병대 역사의 현장을 누비며 33년간 몸 바치셨다. 원사로 퇴역한 이후에도 늘 해병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를 강조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셨다.
아버지는 병 688기로 해병대2사단에서 복무했다. 그때를 가장 뜻깊고 보람된 시간이라 말씀하시고, 항상 해병대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셨다. 이렇듯 해병대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두 분의 모습은 자연스레 해병대를 꿈꾸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한창 해병대를 동경하던 무렵,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민을 가게 됐다. 익숙한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과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어린 시절 큰 도전이었다. 힘든 시간이었으나 다양한 친구와 교류하며 유연한 사고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협동심과 독립심을 터득하며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타지 생활은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해병대 장교가 되겠다는 꿈은 변함이 없었다. 오랜 시간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해병대를 향한 마음속 열망은 더욱 뚜렷해졌다.
입대 시기가 됐을 무렵 남아프리카공화국 영주권이 있었지만, 해병대 장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원입대를 신청했다. 당시 외국 친구 대부분이 내 선택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장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2023년 3월 1일 해병대 장교로 임관했다.
현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서측방을 책임지는 부대의 일원으로서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끝없는 긴장감과 부담의 연속이지만, 할아버지·아버지의 명예를 이어가는 매 순간 큰 자긍심을 느낀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 중 스스로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가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것이다. 앞으로도 해병대 장교의 꿈을 품었던 마음가짐과 기억을 되새기며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대한민국 안보와 해병대 발전에 기여하는 장교가 되겠노라고 다짐한다. 대한민국의 정의와 자유를 위해!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5,03.2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