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단 상륙전교육대대 유격교육대 일병 정신영

3월 장병 문예 / 기고문 공모전 우수

 

2008년 겨울. 화려햇던 대학교 1학년 생활을 마치고 아쉬움 반, 뿌듯함 반으로 겨울방학을 느껴보려 했을 때, 이미 주변 친구들은 입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전쟁을 빨리 시작되어서 '어디를 가겠다'보다는 학교 복학시기에 맞춰서 전역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과 거리가 먼 병과에 무턱대고 지원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생기며 나를 더욱 압박했다.
당연한 것 마냥 나의 해병대 지원에 대해 친구들은 만류를 했고, 한번 떨어지고나니 고생하지 말고 편한데 가자며 설득하려 했다. 차가운 주변반응에 오히려 오기가 생겼고, 재지원하여 마침내 6월 22일 입대를 하게 되었다.
불규칙했던 식사습관, 취침시간이 입대와 동시에 바뀌었다. 훈련교관, 소대장님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뭐든지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까 힘들고, 배고프고, 움직이기 귀찮아도 한 번 더 옆에 있는 동기를 위해 생각해 보게 되고, 동기들과 똘똘 뭉쳐 훈련에 임했더니 마침대 명찰도 바뀌고, 멋지 정복을 입고 수료식도 하게 됐다.
실무배치를 받고 동기들과 얼굴도 못 본지 6개월이 넘었다. 벌써 일병이고 후임들도 생겼다. 이렇듯 군생활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갔다.


해병대는 나에게 결과의 중요성과 사고의 전환을 심어주었다.
생활하다보니까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인데, 한 예로 해병대는 우수한 군 인력을 갖추기 위해 훈병 때부터 훈련교관을 통해 군기본자세를 확실히 확립시킨다. 특히 수료식을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교육사열은 그동안 훈련받았던 육체적, 정신적 자세를 시험보는 자리이다. 열심히 해도 불합격이라고 하면 합격될 때까지 재평가를 본다. 시험을 보기위해 총력을 다하고 매진했던 과정은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과정론적 측면에서는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인은 과정만 좋아서는 되지 않는다. 군대에서의 나쁜 결과는 수많은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하던 남들보다 속도가 느려서 불이익을 볼 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문제없어'라며 오히려 당당했었고, 과정이 당당하니 결과는 나빠도 상관없다는 식이엇다. 그러나 지금은 주어진 일에 결과를 좋게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바뀌었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됐다'라는 변명을 하기보다 '안되면 될 때까지!'라는 마음으로 달려들게 됐다. 또한 이러한 마음가짐은 남에게 쉽게 변명하려는 내 성격을 말끔히 고쳐줬으며 이것이 군대 속 기본예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둘째로 해병대는 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줬다.
전국팔도에서 서로 다른 외모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 내 뜻대로 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한분대, 한소대에 속한 우리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한 조직이기에 이 조직이 하나의 커다란 원처럼 원활히 굴러가기 위해서 나는 나의 모난 부분을 스스로 줄여나가고 필요한 부분은 메워나가야 한다.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가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이 곳에서는 나, 너가 아닌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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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는 셋째로 나에게 또다른 매력을 찾게 도와주었다. 입대 전부터 너무 기대했던 나머지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만 봐도 '정말 멋진 군인이 될거야'라고 가슴에 새겼다. 빨간 티셔츠 등에 해병대 세 글자만 봐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진정한 해병대 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중 안되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악기(惡氣)에 매료되어 어떤 고통 속에서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노력했더니 몸도 마음도 단단해졌다. 분명 남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군대에서 강한 인내심이 길러진다고 하는데 정말 사실인가보다.
현재 유격조교로 임무를 맡고 있다. 해병을 만드는 한 과정에서의 조교가 됏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자부심이자 항상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멋진 조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조교로서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지식 공부 뿐만 아니라 평소 용모복장을 단정히 하고, 깔끔한 정리정돈은 우선히 한다.
마지막으로 해병대는 꿈에 대한 갈등을 주고 있다.

해병대는 나에게 직업군인의 길을 걷게 하려고 유혹한다. 형소 교육자의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유는 '뿌듯함'에 있다. 현재 조교로써 남을 교육 시키는 게 너무나 좋아서 유급지원병에 지원할 생각이다. 평생 군인으로 살아간다면 좋은 거솓, 나쁜 것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내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엇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내성적이고 리더십이 부족한 나에게 용기를 주고, 도전정신과 강한 인내심을 갖게 하고 더불어 군대가 결코 시간때우려 가는 곳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현재 이 느낌 그대로 생활하다보면 거울 앞에 교관모를 쓴 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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