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부대 제1대대 3중대 해병중사 유재정
새로운 결심이
나팔소리
아침을 흔든다.
병사마다
새아침의 彈力으로
총·검, 손질
새로운 결심과 각오가
터지는 소리 그 소리.
야자수 그늘같은 목소리.
이따금 하늘을 바라보며
손짓하는
鄕愁여!
極東의 순박한 靑年들은
조용히
가슴 깊이 자리한
人間愛, 自由·平和를 쓰다듬으며.
祖國의 이름에 손톱자국은 없는가
바다 출렁이는 마음만, 마음만.
내일은
兵舍門을 열고
찌는 듯한 햇빛을 받으며
가난하고 병든 異國땅에
기상 나팔을 올려야 할 것.
얼마큼은 오붓한 철조망 안
얼마큼은 기쁨에 찬 우리들
어느 곳에나
손을 흔드는
비둘기 인사들
1965년을 異國萬里에서 보내면서
출전 : <월간 팔각모> 1994년 11월호, p60
창가에서
창을 열고
열풍이 밀려 드는 이역땅 전선의 아우성을 듣지 않으시렵니까,
고국의 전우들이여!
오늘은 나도 꿈많은 소년이 되고파 창을 밀었습니다.
항시
내가 매달리는
그 엄한 정글과 밀림의 번뇌에 파리해진
눈동자를 펼치고
서늘한 고국의 봄비마냥 열풍을 삼키는
야자수 그늘 밑을
나혼자 가도 외롭지 않으리라 믿어집니까?
고국의 전우들이여!
황혼길 바람 소리에
열풍이 식어가는 철조망 깡통소리에
이역땅 밤 별들이 더 없이 외롭다고
말해 주지 않으렵니까,
고국의 전우들은
이역만리 원병의 길이 바뀌기 전에
샛빨간 모지피로 영원한 대지 위에
인류애·자유·수호용사라고
똑똑히 아롱새겨 두겠습니다.
눈부신 창을 올리우고
매일 보는 C-레이션 위에 고국의 손수건이라도 하늘대게 하겠습니다.
말문은 잃었으나
검붉은 양뺨에 애련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래도
내가 기다림에 겨운 극동의 자유 수호 왕자라
생각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철모
얼룩진 철모에다
첫......숙원의 울음을 고하고
10여년의 푸른 제복 속에서
커다란 육성보다
조용한 감정으로 울고 있는 나!
始源으로부터 쌓여 온 統一愛 울음을
나의 욕망을......
탄식으로 묶여진 한아름을
잡초로 띄워 보낼 때......
한숨은 타다남은 잿더미가 된다.
모-든......영광의 부귀도
훨-훨 내버리고
오직! 정의와 자유를 안고 일어설
하나만의 열망으로 충만해 있는
나의 의지는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지친 잎사귀를 떨구는
바람이 되어
나! 아니 우리 해병의 가슴에
뜨거운 불씨를 지피운다.
무엇인가 결정하고 말
나의 기도로 채워지는 건,
항상 빛나는 나의 눈동자
무늬 고운 숨결
그리하여 추상처럼
강뚝을 스치면서 얼룩진 철모를 만지니
싱싱한 果物들의
힘찬 결의로 성숙하는
호흡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몇척일까......나의 사랑은......
포도빛으로 어두워 오는
황혼빛 전선 강가에 서서
탄식에서 회상할 나의 철모는
꼭-언젠가 응답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