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철모 - 청룡부대 포병대대 5중대 중위 김문기
이 총이 향하는 일점은
내 속에 숨겨진 불필요한 실체이다
아니 내가 걸어 온 저쪽에서
어느 소녀가 안겨 준
아쉬움 같은 집착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정글을 누빈 탄도를 따라
나는 아예 창조주의
서투른 솜씨로 이 노래를 시작한다.
V·C를 향한 이 총은
우리의 쪼들린 역사를 뒤로 뚫어야 하고
또 시들은 세대를 명중해야 한다.
기억될 우정이 넘치는 벙커에서
신의 죽음을 믿어야 했고
도망치는 적의 목덜미에서
아세아의 병든 피부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