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대대_02.jpg

 

‘삐-이익!’이런 신호음은 항상 귀에 거슬린다.
그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비에 젖은 산야를 미친 듯이 내달리던 그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총성이 거짓말31대대_01.jpg 처럼 멈춘 숲속은 마치 전혀 다른 공간 같았다.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았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다는 듯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강원 인제의 적막한 숲속에서 숨소리만 거칠게 계속 높아져 간다.
이들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이 주관하는 과학화전투훈련에 참가한 해병대1사단 31대대 3중대 소속 9명의 장병들. 최후까지 분투하던 이 해병 용사들이 마일즈 장비의 신호음과 함께‘전사’판정을 받았다. 6시간에 걸친 3중대의 공격은 대항군의 3참호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그렇게 끝났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 내뱉은 짧은 한마디가 그들의 가슴을 아프게 헤집었다. ‘한 발짝만 더 나갔으면…’.

수준급 전투력 과시
같은 시각, 훈련을 통제하는 KCTC 통제소의 분위기는 달랐다. 모니터로 현장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며 한 장교가 내뱉은 한마디.“ 역시 해병은 강했다.”그도 그럴 것이 이날 해병대31대대가 대항군의 3참호까지 도달한 것은 KCTC 창설 이래 이번이 두지뢰매설.jpg 번째. 31대대는 최고 수준의 전투력을 갖춘 대대임을 보여준 것이다.
현장 지리에 익숙한 대항군 습격조의 기습 공격을 극복하고 병력, 온갖 장애물과 1∙2참호를 극복하는 것도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더구나 3중대의 분투를 바탕으로 전차와 보병이 혼성이 된 특수임무부대(TF : Task Force)가 대항군의 종심으로 깊숙이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해병대1사단 31대대가 평소 얼마나 열심히 훈련해왔는지를 입증한 것. KCTC 관계관은“31대대의 경우, 상황 변화에 따른 실시간 대응 전투력 운용이나 적 매복 가능지역에 대한 회피 기동, 지휘권 승계와 통신망 유지 등 실전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기와 원칙에 투철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하면서“일부 전술적 과오가 있었지만 이를 충분히 상쇄할 만큼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승리나 패배 같은 최종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대 장병들이 급변하는 전장 상황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술(術)적 차원의 전투수행 방법에 익숙한지의 여부라는 것.


전투영웅이 된 이병
다른 부대와 마찬가지로 31대대의 훈련에도 수많은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TF 공격 경로에 있는 교량을 미리 점령, 안전하게 확보하는 임무를 맡은 선점부대가 대항군의 공격으로 큰 손실을 입은 것도 그중 하나. 교량 확보 여부가 불투명해져 대대 지휘부가 초긴장 상태에 빠진 순간 너무도 반가운 보고가 올라왔다.
“참조점 O, 화력지원 요망.”선점부대에서 단 1명만 살아남은 생존자가 화력지원을 요청해 왔다. 대대는 선점부대 생존자의 정확한 보고에 따라 포병지원사격을 유도, 교량 점령을 방해하려는 대항군의 시도를 봉쇄했다. 이 같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생존자는 뜻밖에도‘이병’이었다.
실전에서 영웅이 탄생하듯이 실전 같은 과학화전투훈련에서도 영웅이 탄생한 것. 조재우 이병(현, 일병)은 간부와 선임병사들이 전사한 위기의 순간, 침착하게 화력을 유도한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KCTC로부터 전투 영웅으로 표창을 받았다.

강한 훈련만이 강군의 길
조 이병은 결코 우연히 출현한 영웅이 아니었다.
이홍희 해병대사령관과 유낙준 해병대1사단장의 지도에 따라 해병대1사단 각급부대는 그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해 왔다31대대_03.jpg . 특히 훈련에 참가한 31대대장 윤창희 중령은 피나는 사전 훈련을 통해 과학화전투훈련에 대비해 왔다.
윤 중령이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것 중 하나는 통신망 유지. 윤 중령은 지휘관과 무전병이 전사했을때 지휘체계나 통신망이 마비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비 조치를 취해 왔다. “통신은 군의 신경”이라며 대대장이 직접 무전기를 등에 짊어지고 훈련하는 모습을 평소 대대 장병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전 장병이 무전기를 다룰 수 있도록 훈련했을 뿐만 아니라 지휘관 유고 시 지휘권 승계요령과 화력지원을 요청하는 방법 등을 철저하게 숙지했다. 백지(白紙) 전술 훈련을 통해 전술 이해력과 지형지물식별능력을 향상시킨 것도 대대가 기울인 노력의 일부였다.
맨발 생활을 통해 발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하거나 야간훈련과 제대별 록드릴(Rock Drill) 등 전투력향상을 위한 대대 훈련의 리스트는 끝이 없다. 조 이병은 그 같은 강한 훈련의 결과 탄생한 31대대의 준비된 전투영웅 중 한 명이었던 것.

과학화훈련의 의미
훈련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둔 해병대1사단 31대대장병들은 육군 KCTC의 훈련 시스템에 대해‘감동’과‘감사’라는 두 단어로 평가했다. 31대대장 윤 중령은“훈련을 하기 전에는 과학화전투훈련의 과학화가 장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훈련을 받고 보니 대항군과 통제요원들의 훈련 관리와 진행이 진정한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동의 찬사를 보냈다.
피아 전술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폭우가 쏟아지는 한여름 날씨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육군 KCTC 대항군과 통제요원들이야말로 최상의 훈련여건을 보장하는 강군의 길잡이라는 것. 이어 윤 중령은“KCTC가 거대한 육군을 단련하는 제철소라면 용광로 역할을 하는 것은 KCTC의 대항군”이라며“진정 프로 같은 솜씨로 실전에 가장 가까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 육군 KCTC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해병대지34호>

글∙사진 / 1사단 정훈공보실



  1. notice

    1980년대 해병대 유격교육대 훈련과정

    1980년대 해병대 유격교육대 훈련과정 ※ 오류로 인해 일부 사진이 노출되고 있지 않습니다. 수정 작업중이니 참고바랍니다. 연병장에서 바라본 벽암지 유격교육대 암벽오르기 교장 전경 (2000년 9월 사진 임영식기자)...
    Date2010.05.11 Category산악유격 By운영자 Views594139
    read more
  2. 국민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우리들이 함께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해병대다. 이 땅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믿음직한 해병대. 싸움에는 천하무적! 귀신 잡는 해병대!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심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해병대다. 오늘은 우리 해병대가...
    Date2010.08.26 Category기타 By슈퍼맨 Views3167
    Read More
  3. 해병대1사단 31대대 KCTC<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분투기

    ‘삐-이익!’이런 신호음은 항상 귀에 거슬린다. 그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비에 젖은 산야를 미친 듯이 내달리던 그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총성이 거짓말 처럼 멈춘 숲속은 마치 전혀 다른 공간 ...
    Date2010.08.11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9491
    Read More
  4. 각개전투,개인침투교장

    각개전투(個戰鬪)란 말그대로 각각의 전투원 개인의 전투력을 가지고 임하는 전투로서 어느 군대에서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교육과목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군대의 교육훈련은 모두 힘이 들겠지만 아마 이 각...
    Date2010.08.03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6428
    Read More
  5. 행군 - 일반인은 모르는 행군이야기

    해병대블로그 날아라마린보이 식쿤의 마린룩
    Date2010.07.29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2316
    Read More
  6. 생존수영교관교육

    해병들의 해상에서의 생존 능력을 함양하라! 해병들에게 훈련소뿐만 아니라 실무에서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게 될 전투수영을 가르치며,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인명구조요원의 임무를 책임질 전투 / 생존수영 교관 교육...
    Date2010.07.10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5585
    Read More
  7. 73대대 11중대 1소대 한라산정상 (1990년)

    원본글 : 612기 박재희님 여기는 정상! 쌕쌕거리며 올라간 한라산 정상. 감개무량(?)했습니다.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섰으니 ㅋㅋㅋ 90년 4월이었는데, 한라산 정상에 눈꽃이 맺혀 있었습니다. 쪼...
    Date2010.07.01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5025
    Read More
  8. 해병대저격수

    겨울의 해병대저격수 - 디팬스타임즈 2010년 3월호
    Date2010.06.19 Category기타 By슈퍼맨 Views2010
    Read More
  9. 공용화기사격 - 식쿤의 마린룩

    Date2010.06.19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1928
    Read More
  10. 사격

    Date2010.06.01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2809
    Read More
  11. 해병대 통역장병교육

    한ㆍ미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에 기여 통역장병 교육은 어학자원 양성을 통해 한측 주도의 한·미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자 ’07년도부터 ’08년 5월까지는 총 5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였고 계속적으로 실시...
    Date2010.05.27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2531
    Read More
  12. 해·강안 침투 / 국지도발 대비 훈련 (2006)

    옛말에“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바로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력을 들여야 됨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96년 강릉지...
    Date2010.05.27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2678
    Read More
  13. 장애물교장

    Date2010.05.25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173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메뉴닫기

전체 게시판

닫기

마이페이지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