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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장단·사천강지구 전승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조국을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경기 파주=정의훈 기자

 

해병대사령부는 15일 경기 파주시 조리읍 전공 선양비 일대에서 ‘장단·사천강지구 전투’ 전승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장단·사천강지구 전투는 6·25전쟁 당시 우리 해병대가 1년 4개월 동안 중공군의 공세로부터 수도 서울을 지켜낸 빛나는 전투다. 해병대는 이 전투에서 776명이 전사하고 3214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중공군에게 전사 1만4017명, 부상 1만1011명이라는 참패를 안겼다.

 해병대사령부·해병대전우회 중앙회·파주시청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과 이인재 파주시장, 김시록(준장) 해병대부사령관,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 김인식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총재, 해병대 장병, 시민·학생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행사 후에는 도라산 평화공원에 세워진 파로비(破虜碑)를 참배하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한 해병대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의 참뜻을 되새겼다.

 유낙준(중장) 해병대사령관의 기념사를 대독한 김 부사령관은 “이곳 장단·사천강지구는 싸우면 승리하는 해병대의 전투정신이 깃든 승리의 전적지”라며 “선배 해병들의 고귀한 애국심과 승리의 전통은 쏟아지는 적의 포탄 속에서도 즉각 대응 사격한 연평도 포격전에서처럼 후배들의 머리와 가슴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전승행사 전날인 14일부터 16일까지 임진각 광장에서 해병대 홍보관과 안보체험장·사진전시장 등을 운영,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줬다. 또 해병대사령부 군악대·의장대가 패기 넘치는 연주·시범을 보였다.


[인터뷰]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자랑스러운 전사 제대로 알려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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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 명의 해병대원이 4만2000여 명의 오랑캐를 쳐부수고 대한민국을 수호한 자랑스러운 승전의 역사를 재평가하고, 호국영령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합니다.”

 ‘무적해병’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신화 창조의 주역 공정식(87·예비역 중장·사진) 전 해병대사령관은 장단·사천강지구 전투에 대대장과 부단장으로 참전, 세 명의 전투단장을 보좌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해병대기념관에서 만난 그는 이 전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화령장 전투나 다부동·춘천지구 전투, 3·8선 돌파 등은 대대적인 재현행사를 갖고 있지만 장단·사천강지구 전투는 1년에 한 번 ‘우리끼리’ 추모제를 올리는 것에 그치고 있어요. 참전 노병으로서 이 같은 평가절하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곳이 오랑캐를 무찌른 승전의 장소로, 호국의 성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군과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는 상륙군인 해병대가 산악전에 투입된 비화(秘話)도 들려줬다. 도솔산전투를 승리로 이끈 해병 제1연대는 강원도 홍천에서 부대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1951년 8월 24일 이승만 대통령이 전공을 치하하기 위해 부대를 방문했다. 밴플리트 유엔군사령관과 미 해병대1사단장 토머스 소장도 동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천에 상륙해 서울을 탈환한 믿음직스러운 한미 해병대를 서부전선으로 이동시켜 서울을 지키게 하라”고 당부했다. 당시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이러한 요구를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중공군 총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는 휴전 회담장으로 서울을 점찍고 있었어요. 그가 정예 19병단 예하 193·194·195사단과 제8포병사단 등 4만2000명을 개성에 배치한 데는 그런 흑심이 깔려 있었던 겁니다. 이 대통령은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어요. 오랑캐에게 수도 서울을 다시 내주면 수치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될 것으로 판단한 거죠.”

 전사를 막힘없이 풀어나가던 공 전 사령관이 잠시 말을 맘췄다. 눈가에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그는 떨리는 입술로 부하를 다 잃었다는 죄책감에 유서를 남기고 전우들이 잠든 고지 위에서 자결한 김용호 소대장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김 소대장은 삼형제였는데 모두 전장에서 산화했습니다. 그의 부친에게 조위금을 전달하려 했지만 두부 배달을 하며 어렵게 사시면서도 자식들 목숨 값을 받는 것은 아비의 도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아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며 거절했어요. 분개한 한국 해병은 중공군 2차 추계공세에서 대승을 거뒀어요. 우리는 그렇게 싸웠고 수도 서울을, 대한민국을 수호했습니다.”

 2008년 10월 28일 전투 현장에 ‘오랑캐를 격파했다’라는 파로비(破虜碑)가 세워졌다. 정치적인 이유로 충혼(忠魂)을 위로할 비석 하나 건립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장단·사천강지구 전투는 세계 전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성공적인 방어전입니다. 이제 나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수도 서울을 지킨 전투를 재평가받음으로써 호국영령들이 편히 잠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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