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에게는 오른팔이 있다” / 국방일보 2012.03.02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해병 제3기로 자원입대한 한규택 상병(1930~50ㆍ추서 계급 &사진)은 평안남도 양덕군 동양리 지구 전투에 참전했다.
대대 규모의 적 패잔병들을 맞아 적탄에 관통상을 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관총 사수의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중대의 위기탈출에 크게 기여했다.
1950년 11월 20일 해병대 제3대대 11중대는 동양리 지구의 보급로 확보를 위해 이 지역에 준동하는 적 패잔병들의 소탕임무를 부여받았다.
원산~평양 간 도로의 요충지인 동양리 일대의 보급로 차단을 위한 대대 규모의 북한군 공격을 받은 11중대는 불리한 지형에서의 방어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적 기관총의 맹렬한 사격에도 한 상병을 비롯한 화기소대 대원들은 위기에 처한 중대의 철수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때 선두에 있던 한 상병은 이미 적탄에 부상을 당해 왼쪽 어깨에 유혈이 낭자한 상태에서도 적 기관총 3정을 공격목표로 정하고 차례로 2정을 명중시켰다. 다시 세 번째 기관총 격파를 시도하려는 순간 적 탄환이 한 상병의 가슴을 관통, 21세의 젊은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치명상을 입고 피를 흘리면서도 “나에게는 아직 오른팔이 있다”고 힘줘 외치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자 했던 한 상병의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11중대는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한 상병의 고귀한 희생정신은 2001년 그의 모교인 제주도 하귀초등학교 교정에 흉상으로 건립돼 나라 사랑의 소중한 교훈을 심어 주고 있다. 또 2010년에는 해병대를 빛낸 호국 인물에도 선정돼 참군인의 표상으로 전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손에서 기관총을 놓지 않았던 한 상병의 투철한 군인정신은 많은 해병인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박부희·전쟁기념관 국군발전사 담당 학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