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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등대 불 밝히는게 상륙작전 발진 신호였지” 국방일보  / 20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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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 바다에 까맣게 떠 있던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함정의 포격전에 이은 상륙작전에 적군은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지. 함정과 전투기의 무차별 폭탄 세례에 북한군은 허둥댔고 괴멸했지. 뿔뿔이 흩어진 잔당 소탕작전을 벌이는 시가전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어.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

 지난 11일 가랑비가 내리는 인천 월미도 선착장에서 만난 김재식(해병1기ㆍ예 병조장<현재 상사>ㆍ사진) 옹은 6·25전쟁 당시 전황을 일시에 반전시킨 60년 전의 인천상륙작전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해병대 창설 멤버로 60년 전 목숨을 걸고 뻘을 헤쳤던 김옹은 월미도 인천상륙작전 상륙지점(녹색해안) 기념비 앞에서 60주년 재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투묘 중인 1만4500톤급 대형상륙함 독도함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월미도는 외딴 섬이었고, 민가 몇 채뿐 아무것도 없었어. 지금 상가 자리는 그때 모두 뻘이었지. 지금도 이 자리에 서면 먼저 간 동료전우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해. 지금까지 살아 있는 내가 미안할 따름이야.”

 해병대1연대 수색중대 분대장으로 참전한 김옹은 9월 15일 0시 미 특수부대와 한국 해군특수부대ㆍ해병대 수색대ㆍ육군켈로부대 등 연합 특공대원으로 팔미도 등대 탈환작전에 나섰다.

 “20여 명의 연합 특공대원 모두 가슴에 성조기를 품고 캄캄한 밤 단정을 타고 팔미도 기슭으로 침입했지. 이 작전에서 처음으로 M1소총을 쏴 봤는데 성능이 99식 소총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어.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히고 성조기를 게양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어. 인천 진입의 교두보인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히는데 성공이 곧 인천상륙작전 발진 신호였어.”

 팔미도를 점령한 후 다시 LST로 승함해 상륙작전 선발대에 합류했다. 수류탄 4발과 M1소총으로 무장하고 총알 100여 발을 허리에 차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한 번에 8발이 장전되는 4연발 소총 M1은 당시 최신 소총으로 무서울 게 없었다. 이날 오전 6시 30분 월미도 녹색해안으로 미 해군 LST가 전속력으로 내달렸고, 함정의 밑바닥이 뻘에 처박혔다. 이어 함정의 문이 열렸고 상륙군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내렸다.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어. 400여m 눈앞의 월미도 해안선까지 쉴 새 없이 총을 쏘며 10여 분간 죽기를 각오하고 뛰었지. 이어 월미도 105고지를 6시 55분 점령하고 자유공원 일대까지 진출해 적 잔당과 치열한 시가지전을 펼쳤지.”

 새벽부터 적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다 왼쪽 대퇴부(넓적다리) 관통상을 당했지만 그것도 모른 채 사투를 벌였다. 15일 정오가 지나고 나서야 동료 전우가 다리에 피가 흐른다며 의무병을 불러 오면서 알게 됐다. 위생병(의무병)이 진해 해군병원으로 후송을 권했지만 극구 사양하고 전선에 한 뼘의 땅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어 인천 중국촌(차이나 타운)의 인민군을 소탕하고 만석동으로 진격했다. 유엔군은 이날 기습적인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고, 다음날 교두보를 확보하고 경인가도로 진출했다.

 “이튿날부터 경미한 부상자 20여 명과 함께 해병대 인천주둔대를 설치해 10여 일간 미군 구호물자와 인천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잔당 소탕작전을 지휘했지.”

 6·25전쟁 3년 내내 전장을 누볐던 ‘불사조’ 김옹은 9월 12일 진해항에서 미군 상륙함(LST)에 탑승해 13일 월미도 앞바다에 도착, 제주도에서 온 해병대 본대와 합세했다. 3000여 명의 한국 해병대는 LST 3척 등 30여 척의 군함에 승함하고 있었다.

 “LST에 탑승하고 진해항을 출항해 월미도로 이동하면서 미 해병대 5연대 장교로부터 상륙작전에 필요한 전술을 배웠어. ▲최신식 M1소총을 지급받고 사격연습을 하고 ▲함정의 문이 열리면 무조건 육지로 뛰어라 ▲발이 뻘에 빠지면 엎드려서 천천히 움직여라 ▲단정에는 10명만 탑승하고 중심을 잘 잡아라 등 다양한 전투 노하우를 배우고 숙달했지.”

 한국군 최초 통영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상등해병(하사)으로 1계급 특진한 김옹은 1952년 12월 판문점 일대 전투에서 중상을 당해 진해 해군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다 53년 9월 30일 전역했다.

“요즈음 젊은이들 국가관이나 안보관이 너무 해이해. 6·25전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야. 천안함 피격사건만 봐도 그래. 사건 원인에 대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상상도 안 돼. 학교에서 안보교육이 제대로 돼야 하는데…….” 

<김용호 기자   yhkim@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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