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천안함1년> 백령도 해병 "우린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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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절대 사수
(백령도=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1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북쪽 해안에 위치한 해병 6여단 방공진지에서 병사들이 K2 소총을 들고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1.03.20. <<지방기사 참고>> in@yna.co.kr

 

방공진지 '비상' 하루 수차례.."초전에 격퇴한다"
(백령도=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2시6분 상황, 82도 36마일 북한 월래도 방향"
지난 17일 오후 2시가 막 지난 시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북쪽 해안에 있는 해병 6여단 방공진지(防空陣地)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북한군 항공기가 아군의 관측지점 약 57km(36마일) 이내에서 이륙 움직임이 관측되는 '실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상황실 근무자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진지에 울려 퍼지자마자 1분 거리 숙소에 대기 중이던 병사들이 한달음에 진지에 도착했다.
병사들은 통신장비가 달린 헬멧을 쓰고 상황실 지시에 귀를 기울이거나 20mm 벌컨포에 올라탄 채 뚫어지게 북측을 주시했다.
몇몇은 진지 밑에 파놓은 호에 들어가 K2 소총을 겨누며 방탄모 아래로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

   해병부대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상황을 겪는다"며 "천안함 사건 이전보다 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탁 트인 서해바다 너머 야트막한 야산이 끝없이 이어지는 북녘땅이 시야에 잡히는 이 방공진지는 우리 영공으로 날아오는 전투기, 미사일 등 북한 비행체의 공격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이 어뢰공격과 포격 등 종래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도발해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북단 백령도 방공진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요 화기는 20mm 벌컨포. 한번에 최대 100발의 실탄을 쏠 수 있는데 한 차례 사격에 1∼2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방공진지에서 동쪽으로 2km 가량 떨어진 해안 초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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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백령도=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1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북쪽 해안에 위치한 해병 6여단 벌컨포 진지에서 병사들이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1.03.20. <<지방기사 참고>> in@yna.co.kr

   평소에는 초소에서 2명이 함께 근무하는데 비상상황이 생기자 1명은 초소 건물에서, 다른 1명은 건물 밖에 설치된 K6 기관총 앞에서 우리측 해안과 상공에 이상징후가 없는지 감시했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비상상황은 1시간이 넘도록 해제될 줄 몰랐다. 짧게는 1시간 이내 끝나지만 길게는 밤늦도록 계속될 때도 있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전투배치 장면을 지켜보니 금세 손이 시리고 코끝이 얼얼해졌다. 초봄 날씨에도 이런데 1~2월 한겨울엔 어땠을지 상상이 갔다.

   천안함 폭침사건은 우리 군 수뇌부는 물론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의 근무자세와 마음가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이날 만난 병사들은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신력 측면에서 더욱 강해졌다. 전우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해병부대 관계자는 "막연한 적을 상대로 경계임무를 수행하다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로 적의 존재가 구체화하면서 병사들도 서북도서 절대 사수 의지로 무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백령도 해병 6여단에 근무했다는 김대영(22.4월 전역예정) 병장은 "눈앞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벌어지고 전우들이 목숨을 잃자 '내가 있는 곳이 적이 들어오는 곳이다. 한번 들어오면 절대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복무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병장은 "앞으로 백령도에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으면 전우들과 힘을 합쳐 반드시 초전에 무찌르겠다"며 다시 한번 국토 사수의지를 다졌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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