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산곶에 적기 떴다” 실제상황에…벌컨포 장병들 1분 만에 전투태세
23일 오후 2시59분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 6여단에 대공경계강화태세인 ‘대공 2’가 발령됐다. 북한 장산곶 인근에서 적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산곶과 불과 17㎞ 마주한 백령도 사항 포구 야산 해안초소를 지키던 장환구(21) 일병은 실탄이 장전된 K6 기관총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적기가 우리 영토로 향해 날아오자 즉각 사격이 가능한 전투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초소 아래쪽 해안가에는 K4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트럭 5대에 나눠탄 장병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실탄을 장전한 채 적기를 향해 돌부처가 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황은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서남방 2.5㎞. 북한군의 폭침으로 천안함 용사 46명이 장렬히 전사한 이곳 바다를 지키는 해병대 6여단을 찾은 이날 실제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5월 자원입대한 장 일병은 “요즘 들어 비상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북한군이 우리 경계태세를 시험하는 것 같다”며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 치의 빈틈도 허용치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2월 자원입대한 박성준(22) 상병은 “적기가 이륙해 백령도 상공까지 날아오는 데 40초밖에 걸리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1주년을 앞두고 북한군의 기동이 잦아 백령도 해병대원들은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초병이 이용하는 니콘 망원경을 통해 본 장산곶은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날 오후 5시쯤 찾은 곳은 상황발생 1분 내 전투배치 임무를 띤 포병부대 ‘21진지’. 분당 3000발을 쏠 수 있는 서해 최북단 20㎜ 대공 벌컨포가 장착된 곳이다. 각종 통신장비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자기 몸보다 무거운 탄환을 포신에 장전한 병사들은 적기를 향해 벌컨포의 방위각을 맞추고 있었다.
“○○도 ○○마일 장산곶 촛대바위 방향!”
한 포병이 또렷하고 힘찬 목소리로 포격지점을 찍어주자 포신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입대 13년째인 21진지장 유태종(34) 중사는 “오늘 비상상황으로 1분 이내 전투배치된 것만 4차례인데 많을 땐 하루 6차례나 된다”며 “어떤 때는 상황이 6시간 지속되기도 한다”고 말해 근무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해병 6여단 정훈참모 손상호 소령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이 잇달아 터져 우리의 주적이 명확해진 만큼 사병들의 국토수호 의지가 놀라울 정도로 강인해졌다”며 “다만 어뢰나 포격 등 종래의 방법보다 야간침투 등의 방법으로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이 있어 병사들이 전방위 경계태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령도=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