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섬, 백령도 해병장교의 하루

by 운영자 posted Mar 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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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하나의 섬이 있다. 연평도를 바라보는 이 섬의 사람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작년 11월 23일 북한의 포격도발은 연평도를 향했지만, 그 대상은 연평도가 아닌 백령도가 될 수도 있었다. 백령도의 군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날아올지 모를 북한의 비수. 두 눈을 부릅뜬 채 그 비수를 되돌려줄 각오로 오늘 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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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도 추운 날씨에 침낭 밖으로 몸을 빼기가 쉽지 않다.

군화를 신고 바로 전시상황실로 올라가서 야간작전간 특이사항을 물어본다. 6여단 소속이라면, 또 포병이라면 누구나 기상에 민감하다.
역시나 전원감시 철수작전을 하면서 포의 무선감도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는다. 오늘도 통신반장을 호출하여 같이 포로 향한다. 밤낮을 불문하고 모든 상황에는 작전대비가 우선이기에 수시로 호출하는 통신반장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군인이기에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겨줘서 항상 고맙다.
포의 감도양호를 확인하고 전시상황실로 복귀하여 아침 과업회의 준비를 한다. 아침 과업회의는 화목한 분위기 속에 항상 긴장감은 흐른다. 이런 긴장감을 느끼고자 군생활의 시작을 6여단으로 지원을 했던 1년전의 선택이 참으로 잘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회의를 마친 후 사격지휘병을 교육시킬 준비를 한다. 교육을 실시하면서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 교육이 자주 중단되기도 하지만 교육생들의 태도는 항상 진지하고 적극적이라서 1개를 알려주면 10개를 배워가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런 모습들이 해병대만의 자부심이며 서로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을 실시하는 중에 실상황 전투배치지시가 내려왔다.

우리나라 전 군을 통틀어 전투배치 지시를 들으면 누구보다도 신속하게 전투배치를 붙는 부대는 우리 중대라 확신한다. 초탄을 발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우리나라 포병부대 중에 가장 신속하고 빠를것이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고 우리 중대 총원의 생각이 이러하다. 이것이 우리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이자 자신감이다. 실상황이 해제되어 철수를 하게 되면 항상 포반별로 철수 보고를 받으면서 잘된 점과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오늘은 포에서 예상 시간보다도 빨리 전투배치가 완료되었는데 확인결과 교통호를 이용하지 않고 최단거리로 뛰어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시간단축과 생존성 보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지만 결국 나는 생존성 보장을 택했다.
교육이 마무리되고 과업시간이 종료되자 다시 전원감시 투입작전을 하면서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사격준비태세를 갖춘다. 하루의 마지막 과업인 전원감시작전이 종료되어도 항상 긴장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원들은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않고 오히려 나를 보며 반갑게 웃어주면서 경례를 하는데 이런 모습이 군인으로서의 매력적인 모습인 것 같다. 소등 후 샤워를 해야되나 또 고민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샤워만하면 실상황 전투배치를 하는 날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신속하게 씻으려고 몸에 물을 묻히자마자 비상벨이 울렸다. 물기도 못 닦은 상태로 옷을 입고 무장을 들고 전시상황실로 뛰어가서 상황보고를 받았다.

사격명령을 기다리며 한참을 대기하다가 오늘도 상황은 무사히 종료되었다. 우리 중대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우기 위하여, 우리를 필요로 할 때의 그 한순간을 위하여 준비하고 존재하는 부대라 생각한다.
어느새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은 지 석달이넘어버렸지만 아직도 실상황 전투배치가 되면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히는 살벌한 긴장감 속에 생활하지만 석달이라는 시간이 이런 환경과 분위기에 우리를 적응하게 만들었고 더 높은 수준인 완벽한 군사준비태세를 갖춘 부대로 만들었다. 내일도 북한 괴뢰군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준비를 마치고 오늘도 침낭 속으로 몸을 넣는다. <해병대지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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