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외포리 앞바다에 떠 있는 기동대. 가로 16.5m, 세로 4.3m 바지선이 대원들의 생활공간이다.(아래)
전 국민이 새 마음으로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한 2일 해질녁 바다 건너 석모도 뒤편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앞바다.
새해를 맞는 들뜬 분위기가 느껴질 만도 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곳 외포리 기동대 장병들은 굳은 각오로 경계근무에 여념이 없다.
매서운 눈초리로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해 최전선을 지키는 그들은 오늘도 바다 한가운데서 보이지 않게 묵묵히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항만경비정(HPB)을 포함, 다수의 함정을 보유한 외포리 기동대는 다른 경계 부대와 달리 해상에 떠 있는 부대다. 세로 4.3m, 가로 16.5m 크기의 바지선 위가 이들 대원들이 생활하는 공간.
이곳에서 대원들은 주야간 적 침투를 차단·격멸하고 귀순자를 구출하는 군사 작전뿐만 아니라 해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에 대비하는 등 해병대2사단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잠시 후 칠흑같이 어두워진 바다는 고요했지만 야간 해상 매복을 준비하는 외포리 기동대원들의 행동은 분주했다. 이날 해상 매복 시작은 자정이 조금 넘어선 시각. 서해 간·만조 시간에 따라 해상 매복 시간이 날마다 바뀐다는 게 기동대장 양승원(28) 대위의 설명이다.
매복 15분 전 기동대원들은 개인 병기와 야시 장비의 이상 유무를 철저하게 챙겼다. 특히 바닷바람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방한 피복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여느 경계 부대라면 바로 경계에 임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외포리 기동대 대원들은 추가로 확인해야 할 장비가 있다. 바로 함정에 장착된 화기·통신 장비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일. 장비는 기동대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게 임무 투입을 준비하는 장병들의 말이다.
매복 5분 전. 준비를 마친 대원들이 모두 함정에 탑승하고 기동대·함정 사이의 교신으로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이상 없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출발 준비를 마쳤다. 고요한 겨울 밤바다에 나지막이 울리는 모터 소리가 기동대 야간 임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수행하는 야간 해상 매복은 그야말로 추위·긴장과의 한판 전쟁이다. 방한 피복으로 온 몸을 감쌌지만 스며드는 추위에는 장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해병대원들의 눈은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침투할지 모르는 적을 찾기 위해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주시하는 장병들의 눈은 겨울 추위를 물리칠 만큼 이글거렸다.
한 기동대원은 “적은 언제라도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불규칙적인 해상 매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추위와 졸음 때문에 고생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임무라는 생각에 지금은 무척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간 매복 임무를 마친 기동대원들은 낮시간 동안 충분한 수면을 보장받는다. 수면을 취하는 대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은 함정 관련 이론교육을 받거나 함정 수리와 정비 임무를 수행한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기동대원들에게 매주 수요일·토요일은 특별한 날이다. 기동대에서 벗어나 인근 부대·학교 운동장에서 마음껏 체육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 이날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대원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