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수 이병이 부대에 설치한 영상전화로 부모님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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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2사단 예하 포병중대에는 가슴 뭉클한 사연을 가진 42인치 대형 화면의 영상전화가 한 대 있다. 이 영상전화는 청각장애 부모님을 둔 정현수(23) 이병을 위해 부대와 해병대사령부·국방부가 합심, 지난달 20일 설치를 완료한 것.
지난 4월 세 번의 도전 끝에 ‘빨간명찰’을 단 정 이병은 성실한 생활태도로 간부와 선임병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부모님 걱정이 그것.
전남 목포에서 ‘에바다 농아교회’ 목사로 재직 중인 정 이병의 아버지 정휘준(49) 씨는 고등학생 때 불의의 사고로 2급 청각장애인이 됐다. 정씨는 이후 목사의 길을 선택한 뒤 소현미(50·청각장애 1급) 씨와 결혼, 장애인 여행사와 수화교실 등을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보고 싶은 아들의 면회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정 이병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포반장이 가끔씩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시켜 줬지만 대부분의 연락은 편지로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정 이병의 아버지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부대에 영상전화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고, 해병대사령부는 이러한 내용을 2사단에 전파했다.
그러나 영상전화 도입은 여러 개의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대대급 이상 부대는 국방 IPTV 사업 일환으로 영상전화가 보급됐지만 중대급 부대는 대상이 아니었다. 사단은 국방부에 정 이병의 특별한 사정과 함께 IPTV 추가 소요를 정식으로 요청했으며,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정 이병 중대는 영상전화를 보유하게 됐다.
정 이병은 “부모님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건강하신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니 마음 한편에 쌓인 근심이 다 사라졌다”며 “부대와 해병대사령부, 국방부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주어진 임무를 100%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포병중대는 이 영상전화를 전 부대원에게 개방했으며, 장병들은 그리운 가족과 얼굴을 마주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국방일보 윤병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