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교육훈련단 ‘전장 리더십 훈련’

by 배나온슈퍼맨 posted Feb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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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육 패러다임 구축… 전투형 부대 만든다 / 국방일보 2012.02.24

 

해병대는 지난해 ‘7·4 총기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초급 지휘자의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했다. 이후 병영문화혁신 100일 작전 등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교육훈련단은 책과 강의가 아닌 행동과 체험을 통해 리더로서의 역량을 뼛속 깊이 새기는 ‘전장 리더십 훈련’을 개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에 중점을 둔 교육훈련으로 선진 병영문화와 전투형 군대를 확립해 나가는 전장 리더십 훈련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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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교육훈련단 전장 리더십 훈련교관들이 대전차 장애물을 극복하고 유류 보급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유류 드럼통을
끌어올리고 있다. 해병대는 새로이 개발한 전장 리더십 훈련을 통해 부하와 의견을 나누고 함께 땀 흘리는 리더를 양성한
다는 계획이다.  경북 포항=이헌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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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리더십 훈련에서 분대장과 분대원들이 과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방적 지시·맹목적 훈련은 가라

 “2소대 전투지경선 내 적의 강력한 저항으로 2소대를 증원해야 합니다. 1분대는 2소대에 탄약을 보급하는 중 적의 경계용 펜스를 넘어야 합니다. 활용할 수 있는 장비는 널빤지 두 개입니다. 그 어떠한 구조물에도 몸이 닿아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10분 후에 적이 이곳에 당도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23일 오전 해병대교육훈련단 부근의 야산. 평가관이 분대장에게 실습 명령과 함께 전술집결지·목표지점 좌표를 알려 줬다. 1분 동안 실습과제를 숙지한 분대장은 분대원을 불러 모은 뒤 상황을 전파하고, 전투대형을 유지한 가운데 독도법과 완수신호를 이용해 좌표지로 이동했다.

 좌표지는 ‘높은 부비트랩 펜스 넘기’ 교장. 분대장과 분대원들은 과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분대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분대장은 안전 위해요소를 식별하고 부하들의 능력을 판단해 각각에 맞는 임무를 부여했다.

 “먼저 몸이 가장 가벼운 내가 구조물 상판에 올라가 기둥과 기둥에 널빤지를 연결하겠다. 다음은 이 하사가 올라와 탄약 박스를 전달한다….”

 분대장의 지시를 받은 분대원들은 설치된 부비트랩과 지뢰지대를 피해 널빤지로 발판을 만들고, 탄약 박스를 건너편으로 옮겼다. 평가관은 실시간 상호 의사전달이 이뤄졌는지, 리더로서 자신감 있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는지, 팀원들의 개인별 특성을 잘 활용했는지 등등의 평가항목을 꼼꼼히 체크했다.

 단순해 보이는 행동 절차였지만 분대원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제한시간 5분을 넘겨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전장 리더십 훈련은 리더와 부하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훈련, 협동심 ‘쑥쑥’

 전장 리더십 훈련은 주어진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부하들과 소통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결심하는 가운데 법규를 준수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훈련은 분대급 훈련과 소규모 단위의 팀 훈련으로 나뉘며, 각각 18개·20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분대급 훈련장은 이달 초 완공돼 교관요원들의 실습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본격 운영한다. 팀 훈련장은 5월 말 완공된다.

 교육훈련단은 다음달부터 실시하는 장교·부사관후보생 양성교육의 50%를 전장 리더십 훈련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팀 훈련장이 완공되면 신병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요구된다. 또 분대원·팀원과의 의사소통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창의력·체력·협동심을 모두 갖춰야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훈련의 중점은 개인 전투기술 습득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해결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문제 해결 과정 속에서 리더십을 배양하는 게 이 훈련의 핵심이다. 전장기동 간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팀 단위는 팀원들의 의견 교환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고, 분대급 제대는 리더(Leader)와 팔로어(Follower)가 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론이 아닌 행동으로 체험하고 습득해야 한다. 따라서 ‘했다’ 치고 또는 ‘있다’ 치고를 철저히 배제한다. 더불어 계급과 직책에 의한 통제형 리더십을 지양하고, 초급간부들이 전장 한가운데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행동 위주의 리더십을 익히도록 만들었다.



차동길 교육훈련단장 인터뷰- “자율의 의미 깨닫고 실천하면 병영문화 혁신은 저절로 완성”

“지금 해병은 과거 해병보다 더 강하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강한 해병’의 개념은 60여 년 동안 진보 없이 예전 그 시절에 멈춰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율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지키는 전장 리더십 훈련을 개발했습니다.”

 전장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차동길(준장) 해병대교육훈련단장은 병영문화 혁신의 핵심 키워드를 ‘자율’이라고 표현했다.

 “시대가 변하고 예전과는 다른 젊은이들이 군에 들어오는 데도 훈련 프로그램은 변한 게 없습니다. 옛날 방식 그대로, 일방적으로 키워지는 병사는 장점이 단점이 돼 다변화된 전장에서 전투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전사(戰士)가 되지 못하고 장기판의 말이 될 뿐입니다. 연평도 포격도발 수기를 보면 병사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심했기에 죽음을 초월한 행동이 나왔고, 그것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차 단장은 강압적인 통제에 의한 군 생활이 아닌 규칙의 범주 안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임무를 수행케 하는 자율이야말로 선진화된 병영문화라고 강조했다. 병사부터 지휘관까지 자율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고 실천하면 병영문화 혁신은 저절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선진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길러진 병사들을 이끌고 가야 할 사람이 바로 초급간부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리더십이 결국 병영문화 혁신의 성패와 직결됩니다. 전장 리더십 훈련은 초급간부의 리더십 배양이 목적입니다. (전장 리더십) 훈련을 마친 초급간부들이 전·후방 곳곳에 배치되면 병영문화 혁신과 교육훈련 개혁을 통해 ‘강한 해병’을 육성할 것입니다. 또 이들이 군문을 나서게 되면 사회의 건전한 리더, 대한민국의 건강한 리더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방일보 윤병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