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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대위 박성완] 장교교육대대에 근무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2007년도부터 시작했으니 내 군생활의 절반 이상을 후배장교들을 육성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쉽지만은 않았던 시간. 이제, 중위시절을 함께했던 이곳을 떠나면서 지난 시간을 추억해보려 한다.
박상완.jpg 해병대 장교가 되길 꿈꾸는 자라면 누구나 한번 거쳐 가야 하는 곳. 장교교육대대는 명실상부한 해병대장교의 산실(産室)이자 요람(搖籃)이다. 사관후보생 교육부터, 학군사관후보생(해양대, 제주대 ROTC) 입영훈련, 해사생도 상륙작전 실습, 육군 ROTC과정을 거친 자원 및 해사생도 임관 전 교육까지, 해병대가 요구하는 소대장을 만들기 위해 장교교육대대장 이하 중대장, 소대장 총원은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장교교육대대 소대장들의 아침은 다른 이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절도 있는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생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소대장들은 먼저 일어나 씻고,복장을 매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활기차게 구보로 교육훈련단의 아침을 열고나면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이
다. 온전히 하루를 그네들과 함께 보내는 동안에도, 혹여 교육받기에 제한이 되는 부분은 없는지를 늘 고민하며, 내일, 모레, 그리고 다음에 있을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기에 장교교육대대의 소대장실은 언제나 분주하다.
이제 막 젖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한 갓난아이 같은,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아이 와도 같은 교육생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처음 접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소대장들은 벼랑 끝으로 새끼를 내모는 어미사자와 같은 마음으로, 때로는 품안에 새끼를 넣어 보듬어 주는 캥거루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지도한다.
대학교를 졸업한 성인들이, 명령을 잘 알아듣지 못해 지시를 이행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일 때면 소대장도 사람인지라 화가 치솟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10주간의 교육 후 그들이 홀로 우뚝 설수 있기를 기대하며, 참을 인(忍)자를 가슴속에 세 번 아로 새기면서 다시 시작한다.
이들의처음모습을볼때면,“ 짧은기간동안어떻게 교육시켜서 해병대 장교를 만들어 보내나”라는 한숨이 매번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러한 한숨은 줄어들고 애착이 점점 강해진다.
어느덧 개개인마다의 특징, 성격 그리고 눈빛을 이해할 때쯤이면 벌써 임관식을 하게 된다. 임관 후 느끼는 공허함, 그 공허함을 채워주는 이름 모를 감정... 아마도 보람과 뿌듯함이 아닐까 생각하는 그 느낌은 내가 임관했을 때와는 또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러한 쾌감을 알기에, 그 다음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장교교육대대에서 반복되는 2년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소대장들의 교육 방식은 모두 상이하다. 어떤 이는 강한 훈련과 압박, 강압적인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교육생들을 원하는 수준에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교육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보살펴주며, 부드럽게 다가가 그들의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
소, 빠른 변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아직도 명확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이제 겨우 깨달은 것은 교육과 훈육에 정답도, 지름길도 없다는 것뿐. 처음에는 이러한 교육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소대장들의 말 못할 갈등으로 인하여 마음고생도 있었지만, 이내 교육생들에 대한“사랑”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각자 생각한 방법대로 우리가 가진 모든 열정을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처음 만나 사랑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 나의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소명을 바탕으로 처음 사랑을 주기 시작하니 어느새 한가족과도 같음을 느끼게 되었고, 사관후보생 104기부터 지금 교육하고 있는 107기까지 어느덧 수백 명의 자식을 가진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님의 마음이 바로 이럴까. 임관을 시키고 실무부대로 내보내는데 가슴이 미어지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방울이 맺히는 것. 2년동안 수백 명의 딸들을 해병대 각 부대로 시집보냈고, 가끔씩 의젓해진 모습으로 친정집에 찾아오는 후배장교들이 너무나 고맙고 반가워 맨발로 맞이하는 나를 바라볼 때면, 어린시절, 부모님과 외갓집에 들를 때 할머니께서 하시던 모습과 왜 그리 흡사한 건지... 웃음이 베어난다.
장교교육대대에서 2년간 근무한 나는 이제 부자가 됐다. 여느 선생님이 나와 같을까. 우리는 스승과 제자사이를 훨씬 뛰어넘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고,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보배와도 같은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이해타산 없이 그저 지난날을 같이 돌아보고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친구와도 같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아졌으며, 이제는 어엿한 장교가 되어 전국 각지에서 해병대를 이끌고 나가는 주역들이 내 마음속에 건재하다.
이러한 후배들이 나를 더욱 채찍질 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제는 선후배 장교로서 같이 술 한잔 기울이는 사이가 되었지만, 한때 그들 앞에 서서 등만 바라보고 따라오라는 이야기를 하며 뛰어가던 사내가, 쪼그려 앉아 있거나 고꾸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이
름모를 부담감들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나를 한걸음 더 나갈 수 있게 만든다.
나는 이제 나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었던 장교교육대대를 떠난다. 집보다는 부대에서 더 많이 먹고 자며 힘들었지만, 교육생들과 함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 그러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른 장소에서 다른 임무 수행을 위해 떠나려 한다. 막상 떠나려 하니 알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드는 건, 내가 미쳐 교육생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아니면 그동안 나를 누르고 있었던 보이지 않는 짐을 내려놓음에 느끼는 홀가분함일까. 교육을 시키는 사람도, 교육을 받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겠지만, 이곳 장교교육대대는 해병대 장교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 에 남아,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났을 때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장교교육대대 소대장이 될 후배들의 건승을 빈다. 힘들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때 보람과 긍지를 찾을 수 있으며, 장차 해병대를 이끌어 나갈 씨앗에 싹을 틔운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가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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