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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더 강하게 신화는 계속된다

“1만! 2만! 3만! 산개검사!”11m 높이의 모형탑에서 뛰어내리는 해병대원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의미인 즉, 1만 초, 2만 초, 3만 초가 지나고 나서 낙하산의 상태를 획인하라는 뜻.

과연 3만 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의 낙하산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낙하산이 충분히 펴질 때까지 3만 초를 기다리는 듯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게 교관의 말이지만 모형탑이 아니라 막상 고공낙하하게 되면 대부분이 뛰어내리는 순간 자신의 낙하산 상태를 확인하게 되는 게 인간의 마음.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낙하산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자칫 보조낙하산과 주낙하산이 동시에 펴지는 위험한 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장마 끝 무더위가 더욱 뜨겁게 느껴지는 26일 한낮.

경기 김포시 해병대2사단 공수기초훈련장에서는 중대급 병력이 공수강하 전 모형탑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이날 훈련은 해병대2사단이 올해 들어 전 부대 야전화를 위해 야심차게 개선을 추진한 중대 종합전술훈련의 일환.

해병대2사단은 중대 종합전술훈련을 혁신, 기존의 전술훈련 개념을 완전히 깨고 해병대 특유의 강인함이 묻어나는 훈련으로 변신시켰다.

9박 10일간 진행되는 중대 종합전술훈련은 중대급 부대에서 실시할 수 있는 훈련의 백미라는 게 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훈련 4일째를 맞은 장병들은 부대를 출발해 작계시행훈련을 마치고 화생방 실습·장애물 설치·개인화기 사격훈련을 이상 없이 수행하고 공수 기초훈련을 받고 있었다.아직도 중대는 갈 길이 바쁘다.

곧 주말이지만 훈련이 끝나기 전까지 이들에게 휴일은 없다. 다음날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쌍방 소대 전술훈련이 계획돼 있다.그러나 중대원들은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눈빛이 반짝이기만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후에는 한국형 상륙장갑차(KAAV)를 활용한 도하훈련, 60㎜박격포·PZF-III 사격, 전장체험교장에서의 분대 기동사격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이 같은 훈련을 소화해 낸 장병들은 부대까지 30여㎞를 행군해 복귀하는 것으로 모든 훈련을 마치게 된다.중대 종합전술훈련은 사단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훈련 혁신의 대표적인 예.

기존 전술훈련이 다분히 고지 정복 위주였다면 이번 중대 전술훈련은 고정관념에서 탈피, 해병대 특유의 강인한 훈련을 경험하고 실제 사격을 병행해 전장 상황을 최대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특징을 가진다.

보병 중대급 부대의 기존 야외 전술훈련은 주둔지 인근 야산을 이용한 소극적인 소부대 전술훈련이었던 게 현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각종 교장 활용도도 떨어졌고 단기간 훈련으로 야전화·전장 적응력도 떨어졌다는 게 사단 자체 평가였다.

이에 따라 사단은 중대 전술훈련을 확 뜯어고쳤다. 우선 9박 10일간 부대를 떠나 각 훈련장을 이용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 작계지역과 교장을 활용한 임무 위주의 핵심 과제를 집중적으로 숙달하기 위한 조치였다. 전장 적응 훈련장을 이용해 실전적인 분·소대 기동사격 등을 실시, 전장 적응력을 높였다.

중대 전술훈련은 사단 교육훈련 혁신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지난해 말 부대는 과다하게 계획된 교육훈련 과제를 혁신적으로 축소, 실제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필수 과제를 선정해 행동화했다.또 필수과제에 대해서는 매주 금요일 교육훈련 평가의 날로 지정, 수준 정도를 합격·불합격으로 판정하기 시작했다.

조희준(22) 병장은 “매주 평가의 날에 합격하기 위해 간부들에게 먼저 가서 좀 더 봐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불합격은 속상하지만 예전과 달리 좀 더 재미있게 훈련에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이 외에도 사단은 강하게 준비된 해병대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훈련장도 개선했다.

분·소대 기동사격을 할 수 있는 전장 적응 훈련장을 신설, 실제 사격과 기동이 가능케 했고 유격훈련의 내실화를 위해 유격장에 종합 레펠 교장을 설치, 헬기 레펠·외줄 오르기·암벽 등반 등 종합 레펠 훈련이 가능케 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평형 사격장을 경계근무의 실 상황을 고려, 하향 사격장으로 개선했고 저격수 양성을 위해 450m 저격사격장을 신설했다.“훈련에서 흘린 땀방울이 전장에서 전우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라는 한 해병대원의 말에서 해병은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강한 교육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본지 이석종 기자 공수훈련 체험기 - 마음은 땅에, 몸은 공중에서 대롱대롱

눈앞이 아찔했다. 사람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11m 높이의 모형탑(일명 막타워) 꼭대기에 올라서자 호기롭게 전투복을 갈아입고 계단을 걸어 올라오던 자신감은 어디로 다 가버렸다. 단지 눈앞의 까마득한 땅바닥만 아물거렸다. 현기증 때문인지 교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뛰어! 일만, 이만, 삼만, 산개검사. 보조산확인….”지상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며 배웠던 것들을 입 안에서 우물거리며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봤다. 시간이 꽤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그래도 줄을 타고 미끌어져 내려오는 느낌은 꽤나 상쾌했다. 조금 전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에 비하면….

고개는 최대한 숙이고 발은 최대한 직각을 유지하면서 높게 들고 힘차게 바닥을 박차고 나가라는 교관의 친절한(?) 조언은 말그대로 조언일 뿐이었다. 90㎏이 넘는 육중한 몸매가 11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질 때 받는 중력 가속도를 책에서가 아닌 몸으로 직접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훈련이었음에도 무사히,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마쳤다는 쾌감을 느낀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훈련은 오전 일찍 시작됐다.

빨간색 모자를 쓴 무시무시한 교관들은 오전 내내 훈련받는 장병들의 혼을 빼 놨다. PT체조를 시작으로 낙하시 자세 하나하나까지 엄하지만 꼼꼼히 챙기는 교관·조교들의 모습은 잠시 후 있을 낙하훈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예고해 주고 있었다.오전 내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지상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조를 이뤄 모형탑에 올랐다. 모형탑에 오르자 교관들은 더욱 엄해졌고 뛰어내리는 해병대원들의 눈에서도 긴장감이 배어나왔다.

안전고리 연결 상태·방탄 헬멧 조임 상태·산줄 잡는 법 등을 꼼꼼히 다시 한번 점검받은 해병대원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4명씩 8명이 약 5초의 시차를 두고 힘찬 함성과 함께 뛰어내렸다. 하늘 위로 8명의 해병대원이 줄에 의지한 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들은 모형탑에서 발을 뗀 지 10여초 만에 100여m 전방 착지지점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2007.07.27 글=이석종·사진=정의훈기자 seokjo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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