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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령도에서 해병대원과 함께 지낸 24시간 동안 이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훈련이면 훈련, 경계임무면 경계임무, 체력단련이면 체력단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강인한 해병대원들의 힘찬 기상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는가 하면 존중·배려가 넘치는 달라진 병영문화와 아직 일부이기는 하지만 초현대식 병영 시설이 갖춰진 초소에서 안정된 근무여건이 보장된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서북쪽 끝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원의 하루는 아침 6시 15분 기상 안내방송과 함께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잠자리를 정리한 해병대원들은 생활관 앞 연병장에 도열, 해병대의 강인함을 길러 주는 작업을 시작했다. 30분 정도 태권도와 구보를 한 해병대원들은 찬 겨울 공기를 극복해 내고 있었다.

#1. 제병협동훈련

아침식사를 마친 해병대6여단 ○○중대 장병들의 이날 일과는 중대 제병협동훈련.부대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인 종합 기동화 훈련장까지 행군으로 이동하는 것이 훈련의 시작이었다.훈련장에 도착한 중대병력 전원이 전술 토의를 마치고 전방 고지를 점령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포병의 연막 지원을 받으며 개활지를 넘어간 해병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이날 훈련은 실탄을 사용하는 훈련이었다. 이어 전차가 장병들의 뒤를 이어 이동했고 다시 장병들은 자신의 임무에 따라 산길을 전진해 나갔다. 오전 내내 진행된 훈련은 중대의 목표지점인 고지를 점령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 해안초소 경계근무

오후에는 경계근무 중인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연화리 해안 소초에는 두 명의 병사가 경계근무 중이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옅은 해무가 낀 북쪽 바다를 향해 고정돼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국토의 서북쪽 끝을 철통같이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배어 나왔다.

이들의 임무는 바다를 통해 침투할지 모르는 적을 감시하는 것.물론 일정한 간격으로 교대하지만 하루 종일 푸른 바다와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떠내려왔다는 연화리 해안만을 응시해야 하는 피곤함과 겨울바다의 매서운 바람은 해병대원의 일상이었다.

#3. 해변 알통구보

오후 4시 해병대6여단 1중대 장병들이 천연모래사장 활주로로 유명한 사곶해안에 모였다. 모처럼 중대원들이 의기투합해 해변 알통구보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30여 명의 장병이 야전 상의와 전투복 상의를 벗고 정렬했다.

모두들 한결같이 배에 왕(王)자가 새겨진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가벼운 몸풀기를 한 후 우렁찬 기합소리를 내며 해변을 따라 달리는 해병대원의 모습에서 강인함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이들의 해변 알통구보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포근하다고는 하지만 겨울 날씨임에도 이들의 이마에는 어느덧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4. 방공진지 사격훈련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올 무렵 두무진 인근의 방공진지.새로 지어진 신형 막사에 10여 명의 해병대원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공중을 통해 공격해 오는 적을 방어하는 것. 거기에 더해 바다를 감시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었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장병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훈련 상황이 부여된 것.훈련 메시지가 접수되자 소대장 명령에 따라 장병들이 일제히 단독무장 상태로 각자 자신의 위치로 신속히 배치됐다.

점점 가상 적기가 거리를 좁혀 오자 장병들의 긴장감은 높아져만 갔다. 가상 적기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부여되자 벌컨이 순간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화망을 구성하며 날아가는 포탄은 아무것도 안 보이던 깜깜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2007.01.22 백령도=글·사진 이석종 seokjo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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