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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2월에 입대하여 이듬해 9월 1일 해병 부사관으로 임관한 상륙지원단 폭발물처리반장 권기호 준위. 만 35년이 되어 가는 군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가오는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군생활을 정말 오랫동안 하셨다. 입대 시기에 비해 임관일이 상당히 늦은 것 같은데.

A. 그렇다. 당시에는 입대 후 전반기 교육과 후반기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었는데, 육군위탁교육을 받기 위해 두 달 동안 대기를 하는 과정에서 임관이 늦어졌다.

 


 

Q. 해병대에서 준사관(준위)으로 임관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줄로 안다.

A. 아시겠지만 준위로 임관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 병과의 지식을 묻는 문제가 75%, 일반 상식이 15%, 영어가 10% 반영되고, 이 외에도 근무 성적, 표창, 지휘관의 추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50세 미만의 사람만 준위로 임용될 수 있는데다가, 해당 병과에 공석이 생겨야 선발을 하기 때문에 시기의 운도 있어야 한다. 나 자신도 준위이지만, 때문에 준사관으로 임용된다는 것은 상당한 영예라고 할 수 있다.

Q. 오랜 세월의 군생활을 한마디로 압축하여 묻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 왔나.

A. 병기 병과로 각종 정비와 장비 및 탄약 관리, 행정 부서 업무 등 만 34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봤다(웃음).

 


 

Q. 임관하였을 때부터 평생 직업군인의 길을 걸을 생각이었나.

A. 솔직히 처음에는 의무 복무 기간(당시 7년)만을 마치고 전역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참에, 주위에서 ‘너 중사 진급도 안 하고 뭐 하냐’는 말을 듣고 오기로 중사 진급을 한 뒤 전역을 하겠다는 생각에 장기 복무를 하였는데, 막상 중사가 되고 보니 이것이 완전한 직업이 되어 있었다. 내가 걸어 온 길이지만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뛰어 왔다.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주위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다. 전역이 가까워졌다고 하여 게을러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다.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하겠다.

Q. 정확한 전역일이 언제인가. 혹시 직업보도교육 입과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가.

A. 2011년 9월 30일부로 전역하게 된다. 직보 과정 입과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전역전 휴가를 제외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에서 뛸 생각이다.

 


 

Q. 현재 담당하고 있는 임무는 무엇인가.

A. 2001년 폭발물처리(EOD) 교육을 받아 8년째 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의 부대에서는 작년 9월부터 근무해 왔다. 폭발물처리반 반장으로서 병기폭발물 처리와 유기탄, 불량탄, 불발탄 처리를 수행하고, 대테러 임무도 함께 담당한다.

Q. 실전 임무를 뛴 사례는.

A. 포항공항, 여객선터미널, 북구청 청사에서 대테러 훈련을 실시하였고, 도의원 선거 개표소 탐색, VIP 경호를 위한 탐색 작전을 펼쳤다. 임무 부대는 물론 민간의 공사장이나 고철 공장의 쇳더미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되어 신고를 접수하기도 한다. 민간 지역에서 나오는 탄은 월 2회 정도 처리하고 있는데, 6.25 전쟁 희생자의 유해 발굴 현장에서 탄이 나오기도 한다. 포항 지역은 전쟁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던 지역 중 하나여서 지금까지도 이러한 탄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Q. 폭발물의 처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A. 폭파 처리장에 일정한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처리 대상 탄약을 넣은 뒤 TNT를 설치, 이를 전기뇌관으로 원격 조작하여 폭파시킨다. TNT를 폭파시켰는데 처리 대상 탄약이 폭파되지 않아 다시 땅을 파 내어야 할 때에는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 때문에 미군에서는 폭파 소음과 비산물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구덩이를 파지 않고 지상에서 폭파 처리를 하고 있다. 다만, 대형 폭발물이 아닌 소총탄 등의 소형 탄약은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하지 않고 화덕에 넣어 소각 처리한다.

Q. 임무 특성상 상당히 위험한 경우가 있을 듯 하다. 특히 그러한 경우가 있나.

A. 폭발물 처리 치고 위험하지 않은 임무가 없지만, 그 중에서도 40mm 유탄의 처리가 상당히 위험하다. 겉모양새는 아주 매끈매끈하고 광채가 나는 녀석이지만, 이것을 처리할 때 가장 긴장을 한다. 산탄을 다루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미군은 이 산탄을 아예 줍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두 누군가는 처리해야 할 탄약들이고,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Q. 112나 119에 잘못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EOD에도 그러한 경우가 있나.

A. 의외로 많다. 인근 경찰 지구대에서 폭발물 발견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는데, 현장에서 신고된 물건을 확인해 보니 폭발물이 아닌 그냥 쇠로 된 추였다. 원통형 보일러를 항공탄으로 착각하여 신고가 들어온 적도 있고, 제철소의 고철 수집장에서 아무것도 아닌 쇳덩어리를 외국계 철갑탄으로 오인하여 신고해 온 적도 있다. 열 번 중 두세 번은 이러한 신고가 들어온다. 이런 경우에도 해당 물품은 일단 수거를 해 온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올 때는 괜찮은데, 산악 지역까지 올라갔다가 잘못된 신고임을 알고 내려올 때는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허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웃음).

Q. EOD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남이 하지 않는 일,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폭발물의 처리에 관하여 군의 안전은 물론 나아가 포항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Q. EOD로서 느끼는 애환은 무엇인가.

A. 많은 군인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자유 시간이 없는 편이다. 언제 폭발물 신고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비상 대기를 유지한다. 어딘가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후배 상사와 협의를 한다.

Q. 직무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기울이는 노력은.

A. 전군은 물론 미군과 국가정보원도 참여하는 연례 EOD 세미나에 참석하여 기술 교류를 한다. 기술 전문 과정과 특임대대 대테러 교육을 이수하였고, 여러 곳에서 입수한 자료들을 가져와 참고하며 늘 계속 연구하고 공부한다. EOD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EOD가 폭발물을 폭파 또는 소각 처리하는 업무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들은 사제 폭탄 제조 기술까지 습득한다. 그래야만 테러범들의 폭발물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폭발물을 옮길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폭발물의 해체 방법도 당연히 배워야 한다.

 


 

Q. 군생활을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은 언제인가.

A. 솔직히 내 경우에는 기쁨과 슬픔을 느꼈던 순간이 모두 진급과 관련된 일이었다. 진급을 하였을 때 가장 기뻤는데, 반면 상사 진급 대상자로 심사를 받을 때 주변에서 모두 나만은 진급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여 나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차에 진급에서 누락된 적이 있었다. 이때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다(웃음).

Q.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역 뒤 생각하고 있는 생업이 있나.

A. 솔직히 많은 부사관들이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사회에서 병기 병과의 특성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전역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보수는 비록 적더라도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일하고 퇴근하는 시간에 함께 퇴근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퇴직 후 빨리 돌아가시는 분들이 대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다. 물론 연금을 받게 되지만, 퇴직 후 용돈 정도라도 될 수 있는 벌이를 하는 것이 몸 건강이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여튼, 남은 군인으로서의 시간은 무엇보다 현재의 직책에 충실할 생각이다.

 


 

Q. 해병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최고의 매력은 단결심과 의리, 충성심이다. 전역한 해병인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교통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이곳에서 전우애와 인내심을 배웠고, 해병대는 나를 키워주었다. 후회는 없으며 해병대에 감사한다. 나 역시 해병대의 이름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

Q. 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후배 반장을 비롯한 대원들이 맡은 역할을 다해 주어 한 건의 사고도 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잘 따라 주어 늘 고마운 마음이다.

  만 36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갈 시간을 앞두고 있지만 사회 적응을 위한 직업보도교육을 선택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군인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하는 권기호 준위.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기자는 대화 내내 인생 선배로서의 그가 하는 말을 절절이 마음속에 새겨들었고, 인터뷰를 마친 뒤 그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다. 군복을 벗고 가정과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 계속될 퇴역 군인의 삶에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자료출처 : 국방부블로그 '박대위의 말뚝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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