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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전선을 가다 해병청룡부대 - 해병눈빛에 칼바람도 멈칫

 

북녘 땅이 코앞에 건너다보이는 서북 해안 끝자락의 강화도.

그 강화도에서도 북쪽 땅과 강 하나를 마주해 2km가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해병대청룡부대 연미정 소대를 찾은 것은 22일 자정 무렵이었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두 초병의 눈빛. 그것은 마치 숨소리조차 죽이며 사냥감을 찾는 정글의 야수와도 같았다. 

“이렇게 어둠 속에서 야간 경계 근무를 서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다”는 이효범(22) 병장은 새해를 처음 맞은 지난 1일에도 이 자리에서 같은 임무를 위해 서 있었다.

이병장은 “내 눈과 내 귀가 우리 국토를 지키는 첨병이라는 각오와 다짐을 새해 아침에 스스로 해 봤다”고 말했다.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가리키지만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합쳐진 이곳의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를 훨씬 넘어선 느낌.

그러나 책임 해·강안 지역을 경계하기 위한 근무의 몸짓은 혹한 속에 몰아치는 칼바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육지의 비무장지대 같은 완충 지역이 없기 때문에 적이 침투하려면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더욱 철저히 경계 태세에 임하고 있다”고 소대장 김윤(25) 소위는 말했다.

 

새벽 무렵 다시 올라가 본 초소에는 얼굴만 다르지 총을 잡은 손 모양새까지 똑같은 초병들이 여전히 흐릿한 새벽 안개를 뚫고 북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마 후 주위가 훤히 밝아지며 아침 해가 솟아올랐다. 

여명이 환히 밝자 북쪽 마을이 더욱 가깝게 보였다. 

김소위는 “낮이면 북쪽 사람들이 뭘 입었는지까지 보일 정도”라며 “1996년 가을 홍수 때 북에서 떠내려와 화제가 됐던 ‘평화의 소’가 구출된 곳도 바로 이곳”이라고 덧붙였다.

최전선에 근무하는 만큼 이곳 장병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지난해 11월 전입 와 최전방에 선 지 며칠 되지 않은 허동훈(21) 이병은 “군에 오기 전 말로만 듣던 북한을 직접 바라보니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며 “올해는 실질적으로 진짜 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첫해라고 생각하는 만큼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멀리서 들려오는 해병대청룡부대 포병부대의 사격 훈련 소리가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만큼 상쾌했다.

그리고 혹한 속에 우뚝 서 있는 해병대청룡부대 초병들의 모습이 을유년 새해 서북 해안 경계의 믿음을 더해 주며 한눈에 더욱 크게 들어왔다.해병대청룡부대 연미정 소대 초병들이 떠오르는 붉은 해를 등지고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홍은설 기자  국방일보 200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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