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곶 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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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대대 11중대 2소대장 (2007년) 소초장 소위 정완용님의 글입니다.


어느 해병이나 자신의 부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긴곶 소초원들의 자부심은“유별나다”할 정도로 강하다. 긴곶 총원은 서로가 힘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 이런 생각이 작전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2사단 5연대로 전속을 받아 강화도 땅을 처음 밟으면서 내가 지휘하게 될 소대와 대원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앞섰다. 나는 53대대 11중대 1소대장(장화리소초장)으로 부임을 받았다. 초군반에서부터 소대장 취임 인사를 준비했지만 40여명(중대본부인원포함)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나를 주목하자 미리 생각했던 말들이 뒤엉켜 머릿속에서만 머물고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거운 책임감에 말문이 막혀버린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그런 기억과 느낌도 이미 5개월 전 일이 되어버렸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야간을 주간처럼 생활하다보니 창가로 비치는 밝은 햇살이 수면을 자극하는 자장가와 같이 느껴진다. 문득 5개월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제 어느 정도 전방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인접 소대인 긴곶 소초장이 포항 교육단으로 전속을 받아서 가고,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긴곶 소초는 석모수로 입구에 위치하여 작전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며 상급 부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 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을 가지고 긴곶 소초의 소초장으로서 해안 경계 작전을 수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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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경계 작전을 수행하는 독립 소초의 생활은 매우 단순하다.

야간에 근무를 서고 오전에 잠을 자고 오후의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과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단순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항상 실제 상황을 준비하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야간 경계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야간 전원투입을 실시한다. 그 이후로는 야간경계 작전이 시작되고 항상 긴장을 유지한 상태에서 야간을 보내고, 여명이 틀 무렵 주간 전원투입을 끝으로 경계 작전이 마무리 된다. 오늘밤도 철통같은 경계로 적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는 만족감을 가지고 달콤한 오전 수면을 취한다.

정형화된 생활속에서도 오후 과업의 변화를 통해서 재미있는 병영 생활을 할 수 있다. 긴곶은 과거에도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장곶 돈대(조선시대에 포를 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진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지금은 그 곳이 긴곶 소초원들의 축구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가끔씩 오후과업 시간을 이용하여 열리는 분대별 리그전은 프리미어 리그를 능가하는 열기와 함성으로 장곶 돈대를 들썩인다. 또한 주말시간을 이용하여 운동, 영화감상, TV시청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동아리에 가입하여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소초 내에서만 생활하다보면 사회와 격리되어 현재 사회에 무엇이 이슈가 되며,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따라서 자칫 전방의 생활에 익숙해져버리면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만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실시하여 대원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며,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렇게 함으로 써 시대에 흐름에 발맞춰 가는 해병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영 생활 명랑화가 작전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초장,부소초장뿐만 아니라 분대장과 대원들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어느 해병이나 자신의 부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긴곶 소초원들의 자부심은 유별나다 할 정도로
강하다. 긴곶 총원은 서로가 힘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 이런 생각이 작전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도 칼바람을 맞으면서 각 초소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을 2사단 대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보내며, 소초장을 믿고 따라와 주는 대원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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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0.05.20 Views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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