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부대 중화기중대 방공소대 NLL 상공은 우리가 지킨다

by 운영자 posted May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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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부대 중화기중대 방공소대 NLL 상공은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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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부대 중화기중대장 대위 정연익

 

355도 40마일 적기 2대 대공“둘”발령’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이어진 대공상황으로 인해 방공소대원들은 오침을 반납한 채 전투배치중에 있다. 각 진지마다 구축된 동시상황 전파 방송에서 알리는 적기의 방향에 따라 벌컨과 미스트랄의 조준방향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퍼렇게 비어있는(그러나 저 멀리 적기가 날고 있을) 북한 상공을 향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묵묵히 조준경을 바라보고 있다.
군 생활 하면서 경계근무 한 번 안 해 본 군인이 있겠냐만은, 우리 방공소대원들의 경계임무는 조금 특별하다.
눈앞에 펼쳐진 북한 황해도 상공을 보며 적 항공기의 접근을 조기에 식별하고 초소와 불과 1.4km 떨어진 NLL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고개를 들면, 수양산으로 유명한 북한 해주만이 보이며,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지난 1999년과 2002년에 연평해전이 발발한 연평 연안의 파란 바다가 고요히 출렁이고 있다.
과거 NLL 이남 6km까지 침범하여 우리 해군에게 크게 혼이 난 북한 해군의 경비정 한 척이 저 멀리 정박해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글을 쓰고 있는 현재, 초소 앞에 있는 중국어선만 해도 무려 백여 척이나 된다. 한낮동안 조업을 벌이던 중국 어선들은 초소와 불과 2.8km 떨어진‘석도’인근에 나란히 정박을 하고 서로 얼마나 많은 꽃게를 끌어올렸나 자랑을 하는지, 혹은 저녁밥에 곁들일 찬거리를 얻으러 다니는 것인지 이 배에서 저배로 오르내리며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오전에는 수십 여척의 중국어선이 NLL을 월선하여 연평해역에서 마구잡이 조업하는 어선이 포착되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전방을 관측하고 있을 당시, 파도를 가르며 기동한 해군·해경의 경비함과 고속단정이, 배짱을 부리며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하자, 흠칫 놀란 중국어선이 모두 NLL 이북으로 도주하였다.
평소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졌던 우리해군의 호쾌한 퇴거작전에 초병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붉은 오성홍기를 매단 채 NLL을 사이에 두고 아슬 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조업을 펼치는 중국어선들은 보이지도 않는 남북의 경계선으로 인해 우리의 앞바다를 그대로 내줄 수 밖에 없는 바다 사나이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중국어선들이 전방 해역에 등장한 지난 4월말부터 초병의 눈은 더욱 바빠졌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NLL을 침범하여 조업을 시도하기도 하거니와, 해무라도 잔뜩 끼는 날에는 그것이 중국조업선인지 북한어선인지 혹은 다른 그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연평부대에는‘관측왕’이라는 제도가 있다.
적정이나 특이사항을 관측, 청취하고 이를 보고하면 그 횟수, 정확도와 긴요함을 판단하여 소대별, 개인별 성과를 마일리지로 부여하는 것인데, 단 한 번 인접소초의 TOD 근무자가 귀순선박을 발견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왕좌에서 물러나 본 적이 없다. 관측제한 요소가 비좁고 높은 고지에서 근무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 방공소대원들이 반복되고, 힘든 근무 환경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정직한 근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실제 연평부대 방공소대원들에게는‘임무 교대’라는 것이 없다. 보통의 보병중대는 일정한 주기로 경계 임무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우리 방공소대원들은 365일 연평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적기의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항시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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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항공기가 도발을 결심하면, 단 2분 만에 연평도 상공에 도달 할 수 있기 때문에, 2분 이내에 모든 방공무기가 전투준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기의 활동이 많은 날이면 군화를 벗는 것을 잊고 잠이 들기도 하고, 얼굴에 묻은 비눗물을 손으로 씻어내며 전투배치에 임하기도 한다.
특히, “올 1월 북한군 총 참모부가 NLL을 무효화 한다”는 대남성명을 발표한 이후, 적 지상군 부대의 포성과 적 항공기의 훈련 활동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몇 갑절은 늘어났다. 북 해역에서 들리는 미상의 폭음소리를 들으며,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 활동하고 있을 적 항공기를 추적하는 것은 최전방 방공부대만이 경험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으로, 이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발생되는 피로감이 최근 대원들의 얼굴에 묻어남이 부쩍 눈에 띈다.

중대장으로서 때로는 대원들의 피곤함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채 하고, 교육훈련에 다소 큰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적 도발시 현장에서 작전을 종결하는 것이 확전을 막는 것임을 알기에 전투배치 소요시간 단축방안을 연구하고, 반복되는 숙달훈련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스트랄의 발사준비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시킬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중대장이 갖는 가장 큰 고민은 이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다.
개인 체력 단련, 전투체육시간 보장으로 조금이라도 더 몸을 움직여 땀을 내게 하고, 벚꽃 맞이 봄소풍, TV 축구게임 리그전, 주기적인 마을 외출로 밝은 정서와 건강한 정신을 갖게 하려고 하고 있다.

대원들도 스스로 군생활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토요일 저녁에는 부대‘승파관’에서 상영되는 최신 DVD 영화를 관람하며 문화활동을 하고, 지난 겨울부터 개장한 부대 도서관에서 주 1권씩 양서를 대여하여 틈날때마다 책장을 여는 독서 열풍이 불고 있으며, 부대에서 매달 발간하는‘연평회보’에 본인의 독후감이 올라가길 바라는 문학청년이 되어가고 있다. 중대장이 매달 작품을 공모하여 받아 읽다 보면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미숙한 작품도 있지만,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사고의 폭이 깊어지고 표현력이 향상 될 것이다. 이녀석들이 애인에게 연애편지를 보낼 때, 군대에서 닦은 작문 실력에 고마워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최근 불기 시작한 1인 1자격증 따기의 일환으로 한자공부를 시작한 대원이 많아져, 기특한 마음이 이루말 할 수 없다.
특히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대상은 방공소대의 간부들 이다. 주 1회 의무적으로 퇴근하여 선·후배, 동기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하도록 하고 있으나, 적기의 활동이 잦은 때에는 방공작전을 책임진다는 스스로의 신념하에 보장된 휴식도 마다하고 묵묵히 대기태세를 유지한다.


신임하사 때부터 이곳 방공소대에서 근무하며 미스트랄운용조장과, RC-MAT 표적기 운용임무를 맡고 있는 양영석 하사는 올 8월 전역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흐트러짐 없이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운용하는 미스트랄 지대공 유도 미사일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중대장이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발사대 방위각 표지에도 페인트 붓을 들어 재삼 정비하며, 후임자에게 RC-MAT 표적기의 비행기술을 전수해주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양영석 하사의 모습에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 작년
RC-MAT 운용 능력 점검을 받을 때 표적기를 한 대라도 더 만들기 위해, 새벽 4시까지 표적기를 제작했던 기억은 가슴 뭉클한 추억이다. 지난달 전역예정 간부를 대상으로 한 취업박람회에 참석하였으나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것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군에서 보인 충정과 성실함으로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여 화목한 가정을 꾸릴 것임을 확신한다. 곧 태어날 예정인 그의 2세가 아빠를 닮아 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 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글을 쓰고 있는 사이 어느새 해가 기울어 전원투입작전이 시작되었다. 전원공급 차단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어 발전기 모터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포반장들은 한낮의 대공상황을 바탕으로 팀별 행동절차를 되짚어 주느라 이리저리 손짓을 하고 있고 대원들은 그에 맞추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전방 해상에는 정적이 감돌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백열등을 밝히고 있는 중국 선원들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방공소대원들은 오늘도 북한 등산곶 너머 하늘을 바라보며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젊음과 패기로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