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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준(중장·왼쪽) 해병대사령관이 24일 오전 헬기로 연평부대를 방문, 피해 현장을 눈으로 확인한 뒤 철모 외피가 화염에 그을린 철모를 쓰고 있는 해병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평도=김태형 기자 #

 

 이날 오전 헬기 편으로 급히 연평부대를 찾은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집중 포격을 받은 포 7중대와 통합막사, 거점 등을 돌아보며 피해 현장을 직접 눈으로 살폈다.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부대의 건물은 외벽이 깨지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연평부대 본관도 오른쪽 모서리에 포탄을 맞은 탄흔이 선명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와 포탄의 파편 덩어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번 포격 도발로 연평부대는 숙영지·유류고·창고·사무실 등 13개 동의 시설이 일부 파괴됐고 등유를 비롯한 유류 8500ℓ, 합판 등 152품목이 피해를 당했다.

유 사령관은 전사자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피탄 지역의 흙을 만지고 탄흔이 남아 있는 콘크리트 벽을 쓰다듬으며 비통해했다. 현장의 장병들을 일일이 안아 줬다. 철모 외피가 화염에 그을린 철모를 쓰고 있는 해병대원을 힘껏 안으며 격려할 때 유 사령관의 목소리는 메어 있었다. 유 사령관은 이 철모는 감투정신의 상징물로 해병대박물관에 영구 보존토록 지시했다.

 유 사령관은 적이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신속히 장병들을 대피시키고 사격 원점에 대해 즉각 대응사격을 가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지휘통제실에서 연평부대장으로부터 전투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는 “장병들의 병영생활과 직결된 단전·단수 문제를 최단 시간에 해결하라”고 지시하며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복구하라”고 강조하는 등 복구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발걸음을 마을 쪽으로 옮겼다. 군 부대보다 민간의 피해가 훨씬 컸다. 북한의 비인도적인 무차별 포격이 입증된 셈.  
연평로 169-1번지 앞 공터는 아수라장이었다. 둘레 2m의 웅덩이가 움푹 파여 있었고 불발된 포탄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주변에 쌓아둔 화목과 중장비도 모두 불탔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출입금지선을 넘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쓸쓸히 잿빛으로 변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연평시장 골목, 주택 8가구가 초토화돼 전쟁터가 다름 아님을 말해 줬다. 담장이 이리저리 쓰러져 있고 굳게 닫힌 철문은 힘없이 쓰러졌다. 함석 지붕은 폭삭 내려 앉았고 시장 안은 깨진 유리창과 가로등, 끊어진 전깃줄이 널브러져 한 발짝도 떼기 힘들다. 아직도 잔불이 남아 있는지 흰 연기가 나고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와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김장을 하다 갑작스러운 포격에 놀라 방공호로 피신한 듯 점심 먹던 그릇이 그대로 놓여 있고 소금에 절인 배추가 널브러져 있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장영길(68) 씨는 “베트남전보다 더 비참하다”며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만큼 추가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 포격으로 인한 주민대책위원회를 개최한다’는 방송이 울려 퍼진 데 이어 ‘인천으로 나가실 분은 오후 1시까지 당섬으로 나오라’는 안내방송도 잇따랐다. 가족과 함께 인천으로 피항하려는 김갑빈(49) 씨는 “처음엔 오발인 줄 알았다”는 말만 남기고 당섬으로 향하기 위해 서둘러 차량에 올랐다.
연평면 관계자는 “북한의 포격 도발로 13가구가 전소했고 건물 반파 6가구, 무허가 건물까지 합하면 23개 동이 피해를 입었다”며 “주민 1400여 명 중 어젯밤 396명, 오늘 오전 9시 340명, 오후 1시 주민 81명과 군인가족 65명이 인천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을은 불타고 부대는 피해를 입었지만 해병대 장병들의 각오만은 변함없었다.

연평부대 장병들은 “평소 훈련했던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조국의 최전방 연평도를 끝까지 사수한다는 각오로 임무를 완수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국방일보 연평도=김용호 기자>

※ 편집=박상훈 기자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4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는 마을의 기능이 마비된 채 처참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부대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부대를 정비하며 대비태세에 들어간 해병대 장병들의 결연한 눈빛에서 굴하지 않는 필승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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