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사령관께서 기념관에 영구보존하라는 ‘방탄모’의 주인공과 사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데요?” 본지 25일자 8면에 실린 연평도 현장 르포기사와 사진을 보고 그 내용을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데스크에 쇄도했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화염과 굉음 속에서도 적에게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연평부대 포7중대 임준영 상병(1101기·사진)은 북의 해안포 기습 포격이 시작된 지난 23일 중대장의 지시대로 침착하게 행동했다. 그는 대응사격을 위해 K-9 자주포를 포상에 위치시켜야 했다. 임 상병은 적의 포격으로 곳곳에서 터지는 포탄의 화염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뜨거운 화마(火魔)도 오로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신념에 정신이 집중돼 있던 임 상병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염은 임 상병을 휘감았고, 이때 임 상병의 철모 외피에 불이 붙어 철모는 타들어 갔다. 철모에 붙은 불길은 임 상병의 전투복을 휘감고, 철모의 턱끈을 타고 내려갔다. 턱끈과 전투복은 불길로 까맣게 그을렸지만, 임 상병은 북의 포격에 응사했다.
이 과정에서 임 상병은 입술 위쪽 부분에(인중)에 화상을 입었다. “오로지 적에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는 임 상병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철모와 턱끈은 이미 타 버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임 상병의 군인정신은 25일 불에 탄 철모를 쓴 채 연평부대 피해복구 작업을 하던 임 상병을 발견한 부대 지휘관들에 의해 알려졌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부대 방문에서 임 상병을 격려하며, 관계관에게 “폭격과 화염의 공포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해병대 정신을 발휘한 임 상병의 철모를 해병대 감투정신의 상징으로 삼아 영원히 해병대 기념관에 전시하라”고 지시했다.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idmz@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