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K-9 자주포 대응사격 이상 없었다

by 관리자 posted Nov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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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연평부대 포7중대 소속 K-9 자주포가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직전 서남 해상으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도발이 있었다. 당시 해병부대 장병들은 적의 포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적의 도발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6일 본지 5면에 게재된 당시 현장상황 기사를 토대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을 추가해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정리했다.

 ● 2시 34분 : 북한 1차 사격, 피격으로 인해 2문 장애

 ‘콰쾅, 꽝’ 지난 23일 오후 2시 34분. 연평도의 해병부대 포7중대에 포탄이 갑작스레 떨어졌다.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도발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포7중대는 계획된 구경 155㎜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마치고 정비 중이었다. 이 실사격 훈련은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북지역 도서(섬) 부대들이 전투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기 위해 매달 한 번씩 하는 정례적이고 일상적인 훈련이다.

 중대의 사격은 오전 10시 15분부터 시작됐다. 방향은 남서방향으로 잡았다. 1번·2번·3번·4번 포는 사격훈련을 실시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번·6번 포는 북한 방향으로 포구를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사격 후 4번 포에 불발탄이 발생, 포강에 남아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후 4번 포의 불발탄 제거를 비롯해 포강 내 가스 제거 등 정비시간이 주어졌다. 북한의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 적 포탄 낙하로 파편과 충격에 의해 두 문의 자주포가 피해를 입었다. 1번 포는 전시기 케이블이 손상됐고, 3번 포는 전시기 케이블과 구동축 케이블이 손상됐다. 

 ● 2시 34분 : 불길이 남아 있는 자주포

끌고 내부포상 이동

 중대장은 장병들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부포상으로 대피토록 했다. 아울러 방독면 착용을 지시했다. 연기가 발생하자 화확탄일 가능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탄 피격으로 이미 장내는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포탄 파편이 튀고 장약에 불이 붙어 곳곳에 불기둥이 생겼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실제 상황. 장병들은 군데군데 불길이 남아 있는 자주포를 이끌고 내부포상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 상황은 곧바로 상급 부대에 보고됐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위기관리체제에 돌입했다. 오후 2시 35분. 해군2함대는 곧바로 북측에 대응사격 경고 통신을 보냈다.

 하지만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포격은 지속됐다. 포탄은 중대가 훈련하는 포상에만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포탄이 집중적으로, 그리고 민가쪽, 해안 등 넓게 탄착했다. 전시에도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포격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북한의 포격은 이처럼 비인도적이고 무차별적이었다. 조사 결과 북의 1차 사격은 약 150발로 추정됐다. 포 중대에 20여 발이 떨어지고 90여 발이 해상에 낙탄한 것으로 보였다. 나머지는 민간지역과 산야에 떨어져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 

 ● 2시 47분 : 아수라장에서도 13분 만에

첫 대응사격, 턱끈 타는 사실도 몰라

 오후 2시 39분 대응사격 지시가 떨어졌다. 집중적으로 떨어지던 포탄 낙하가 조금 잦아들자 장병들은 즉시 자주포를 외부포상으로 전개했다.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지는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2시 44분부터 46분까지 2분 만에 사격제원이 산출되고 사격준비가 끝났다. 동시에 연평부대장의 대응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44분 북한의 사격도 때맞춰 중지됐다. 2시 47분 드디어 K-9 자주포가 불을 뿜었다. 대피에서 사격까지 불과 13분, 적의 포격이 멈춘 지 단 1분이 지난 시점이다. 주위로 날아다니는 포탄 파편과 불기둥, 언제 또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극심한 전장의 공포 속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철모에 불이 붙고 턱끈이 타는 사실도 몰랐다. 주위에 번지는 불을 끌 생각도 못했다. 오직 적의 공격을 분쇄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대응사격에는 피격에 의한 손상과 불발탄 잔류로 대응이 곤란한 3문을 제외한 2번·5번·6번 포의 3문이 나섰다. 목표는 무도 진지. 3시 15분까지 50발을 쏟아부었다. 장전된 포탄이 떨어지자 포상 탄약고에서 개당 50여 ㎏에 이르는 포탄을 도수로 운반하며 장전, 적진으로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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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시 12분 : 북한 2차 사격 및 2차

대응사격, 긴급정비해 총 4문 대응

 북한군은 강녕군 개머리 포진지에서 재차 사격을 가해 왔다. 오후 3시 12분. 연평부대 지휘통제실과 레이더사이트 일대로 3시 29분까지 약 20발이 떨어졌다. AN/TPQ 37레이더가 표적을 탐지, 즉시 포7중대로 전파했다. 첫 대응사격 목표지인 해안포의 위치가 아니었다. 부대장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AN/TPQ 37레이더에 탐지된 표적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이때 1차 사격 때 기능 이상으로 제외됐던 3번 포를 긴급 정비해 사격에 참가했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수동으로 화포의 기능을 조작했다. 2차 대응사격이 실시된 시간은 3시 25분. 자주포 4문이 오후 3시 41분까지 포착된 개머리 포진지를 향해 30발을 발사했다. 

 ● 사후 조사 : 최악의 상황서 이뤄낸 분투

 이날 적의 기습적인 포격도발 상황을 맞아 대응사격까지 중대의 전투행동은 ‘정확하고 능숙하며 빨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K-9 자주포의 경우, 사격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데 더 빠르게 대응할 수는 없었을까.

 모든 포병은 사격할 표적이 획득되면 화포가 있는 진지와 표적지역 간의 상대적인 거리를 계산해 사격지휘소에서 사격제원을 산출한다. 산출한 제원을 각 자주포에 전달하면 즉시 사격을 시작할 수 있다. K-9의 경우 정지한 상태라면 30초, 기동 중이라면 1분, 분당 최대 6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모든 여건이 갖춰진 가장 완벽한 상태에서 가능한 일이다. 100m를 9초 중반에 달리는 우사인 볼트가 장애물이 설치된 모래밭에서 20초 만에 달렸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는 없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그 시간은 몇 배 이상 더 걸릴 것이다. 이번 연평도 해병부대 장병들의 용전분투도 마찬가지. 생각지도 못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이뤄낸 칭찬받아 마땅한 사례라는 것이 국방부의 분석이다.

 신현돈(육군소장) 합참 작전기획부장은 24일 이와 관련, “북한의 사격이 끝나고 바로 1분 후에 우리가 사격했다는 것은 상황에 위축되지 않고 정확하게 보고 사격을 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실”이라며 “우리 해병 용사들이 얼마나 용감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북 연평도 포격도발 시간대별 상황

14:34~14:46 북 1차 집중 사격
14:34~14:39 내부 포상 이동
14:39~14:44 대응사격 지시 및 외부포상 점령
14:44~14:46 사격제원 산출, 사격준비
14:47~15:15 무도에 1차 대응사격
15:12~15:29 북 2차 사격
15:12 AN/TPQ 37레이더 표적 탐지
15:25~15:41 개머리 포진지에 2차 대응사격

<국방일보 이주형 기자   jataka@dem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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