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새롭게 단장한 병영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고르고 있다. 부대 제공 |
임무의 어려움, 긴장감 그리고 고립감. 최전방 접적지역 장병들을 힘들게 하는 어려움 3종 세트다.
육지에서 뱃길 따라 무려 122㎞를 가야 만날 수 있는 연평도에 주둔한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은 이 중에서 다른 어떤 최전방 장병들보다 ‘고립감·소외감’이라는 어려움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철책이 ‘육지 속 섬’이라면 연평도는 이름 그대로 ‘섬’이어서다. 최전방 서북도서인 연평도는 날씨가 나쁘면 휴가라도 섬에 발이 묶인다. 극장은 물론 서점, 도서관 같은 문화 시설도 없다.
이런 장병들의 고립감과 문화적 소외감을 없애고 문화로 행복한 부대를 만들기 위해 연평부대가 소매를 걷었다. 최근 ‘지식전사 양성의 요람 연평부대 병영도서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장병맞이를 시작한 것. 지난해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문화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추진한 지 1년여 만에 결실을 봤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연평부대 병영도서관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선 규모가 확 커졌다.
1991년 지어진 예전 병영도서관은 66㎡로 좁은데다 갖춰놓은 책도 1000권 미만의 오래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부대 외곽에 자리 잡아 장병들이 찾기도 번거로웠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평부대는 부대 중심의 유휴시설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규모는 264㎡로 무려 4배 넓어졌다. 도서를 1만 권까지 비치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규모가 커진 것은 도서관에서 나타난 작은 변화일 뿐이다. 세련된 실내장식으로 독서뿐만 아니라 휴식까지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더 큰 변화. 서가, 책상, 테이블 하나까지 기획 단계부터 장병들의 의견을 반영한 디자인을 채택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으로 실내를 꾸몄다.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서가를 배치하는가 하면 커피숍처럼 콘크리트 천장과 전기 배선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마치 대도시 북카페에 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작은 세미나실을 마련해 기능적인 부분까지 고려했다.
성홍석(21) 일병은 “생각하고 원했던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도서관이 실제로 생겨났다”면서 “병영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찾은 마음의 양식과 여유는 앞으로의 군 생활, 더 나아가 전역 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평부대는 도서관 개관과 함께 장병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북돋울 예정이다. 해병대 전 부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리딩(Reading) 1250운동’(한 달에 두 권씩 책을 읽어 전역할 때까지 총 50권의 책을 읽자는 운동)과 연계해 전 장병이 한 달에 두 권씩 책 읽는 분위기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 최전방 부대라는 긴장감과 섬 지역에서 복무한다는 고립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독서로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병영도서관과 멀리 떨어진 격오지 분·소초 숙영지에는 이동도서함 배달 등을 실시해 모든 장병들이 쉽게 책과 접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평부대는 섬 내 유일한 도서관이 된 병영도서관을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누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해병대와 함께 책 읽는 날’을 지정해 지역 청소년에게 일정 시간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병영도서관 내 도서를 이동식 도서관 형태로 지역 주민에게 대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책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해병대가 연평도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서민철(대령·해사45기) 연평부대장은 “독서를 통한 정보 축적과 공유는 부대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며 “병영도서관 개관을 통해 전투력은 물론 정신력까지 강건한 해병전사를 완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며 병영도서관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국방일보>